-5G 시대 열어놓고 4G 스마트폰 출시하라고 하는 정부.
-4G 전용으로 만들기 위해선 최소 2~3개월 소요. 실익 없을 것이라는 예상.
정부가 삼성전자와 이통3사를 대상으로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LTE(4G) 모델 출시를 압박하고 있지만 업계는 4G용 갤럭시노트10을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4G용으로 새롭게 출시하기 위해선 몇 개월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5G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22일 삼성전자·LG전자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향후 출시되는 최신 단말기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해외와의 관계에서 역차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새 휴대전화를 5G 전용으로만 내놓을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니 LTE 모델도 함께 출시하라는 의미다. 역차별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해외에선 갤럭시노트10이 LTE 모델로 출시됐지만 국내에선 5G로만 출시됐기 때문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통신 3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을 5G 모델과 LTE 모델로 함께 출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이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 LTE 출시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난처한 상황이다. LTE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려면 제품 제조, 전파 인증, 망 연동 테스트가 필요해 최소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LTE 모델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익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입 시 5G를 선택하고 있어서다.
갤럭시노트10이 5G 전용으로 나오긴 했지만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다. LTE와 5G를 함께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통사를 통해 구입할 경우 LTE 요금제 가입이 막혀 있어 자급제 공기계를 개인적으로 구매해 LTE 유심을 꽂아 사용해야 한다.
이통사 공시지원금과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으면서 이를 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사업 가능성을 산정하고 5G 투자를 진행했는데 5G 스마트폰에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하기가 어렵다.
LTE와 5G 모델이 함께 나온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 성과만 봐도 판매량의 80% 정도가 5G에 몰렸다. LTE 모델이 나와도 대다수 소비자는 5G 모델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또 현재 국내 갤럭시노트10 5G 가격이 124만8500원으로 유럽 갤럭시노트10 LTE 버전(899유로·한화 약121만원)과 비슷한데, 국내에서 LTE 모델을 더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 소비자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업계는 5G 활성화를 강조하던 정부가 수개월 전부터 공지된 갤럭시노트10의 국내 5G 전용 출시에 대해 뒤늦게 제동을 거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 아니라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면서 5G 전용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출시했고 LG전자가 5월 'LG V50 씽큐(ThinQ)'를 내놨다. 이후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을 5G 버전으로 출시했고 다음 달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도 국내에선 5G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10의 LTE 버전 출시 여부를 30일까지 과기부에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