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살린 자사고 10곳…전문가 "옥석 가려야"
서울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 경기도 안산동산고 등 올해 시·도 교육청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10개 학교의 자사고 지위가 회복됐다. 그러나 자사고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사고 10곳 학생 선발 길 열렸지만… 학부모 "여전히 불안"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성 논란 등으로 얼룩졌던 올해 자율형사립고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이 취소된 서울 지역 8곳, 부산 1곳, 경기 1곳 등 총 10곳의 자사고가 법원의 집행정지(가처분) 결정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이들 학교는 본안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자사고 전형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본안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지는 것을 감안해 3~4년 뒤에야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다음 달 본격적으로 고교 입시에 나서는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법원결정으로 고입을 준비하기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육 당국이 여전히 '자사고 폐지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3 학부모 이은호(가명·45·서울 금천구)씨는 "원래 가려던 자사고가 지정 취소됐다고 해서 '멘붕'에 빠졌는데, 한 달 만에 자사고로 돌아간다고 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교육 정책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마구 바뀌어도 되는 건지 화가 난다"고 했다. 중3 자녀를 둔 남민우(42·서울 관악구)씨 역시 "예전부터 아들을 자사고인 경희고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남씨는 "지정취소 됐다가 가처분이 인용됐다지만, 앞으로 행정소송이 이어지는 만큼 법적 다툼이 계속될 텐데 과연 지원해도 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자사고 인기 이미 시들…"법원 판결로 반전 없을듯"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고입에서 지역 자사고 지원율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미달이 나올 정도로 자사고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대폭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 수 감소나 올해 자사고 논란 등으로 전반적으로는 자사고 경쟁률이 높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논란이 된 8개 서울 자사고는 모두 학군 내에서는 최상위권 수준에 소재하고 있는 학교들이기에 학교 수준 측면으로서는 이들 학교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험생들은 가처분 신청 등의 논란에 상관없이 소신대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향후 자사고 지위 보장된 학교 우선할 것"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교육청 평가에 통과해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가 보장된 자사고를 우선으로 할 것을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받은 곳은 총 13곳이다. 이중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은 탈락했다가, 이번에 가처분이 인용된 즉, 지위가 '불안한' 자사고다. 반면 동성·중동·한가람·이화여고·하나고 등 다섯 곳은 교육청 평가에 통과해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가 보장된 학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사고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없는 자사고는 오히려 교육청이 '문제없는 학교'라고 인증 도장을 찍어준 셈"이라면서 "이 같은 자사고가 강북·강남에 골고루 분포돼 지역 자사고 지원자들은 이들 학교로 대거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시·도 교육청의 잘못된 평가로 인해, 몇몇 자사고가 명예가 실추됐다"면서 "이들 자사고 역시 내실 있는 교육, 노력하는 교사, 면학 분위기 등을 갖춘 훌륭한 학교란 사실을 알리기 위해 향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