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미 연준의 결정은 지난 7월과 같은 '보험성 인하'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과 11월, 두 번 남았다.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관건은 인하 시기다.
◆ 통화정책 여력 생긴 한은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연준의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바에 부합한다"며 "한은의 통화정책운영에 있어 연준에 대한 고려는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7~18일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 7월 말에 이어 2개월 만이다. 7월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로 10년 7개월 만에 금리 인하가 이뤄진 바 있다.
연준은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확실한 추가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 연준이 인하의 여지를 닫은 건 아니다"라면서 "경기 확장세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내리면서 한은도 금리 인하 여력이 생겼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여타국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차가 0.50∼0.75%에서 0.25∼0.50%로 좁혀진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그만큼 더 커졌다. 한미 금리 역전폭 축소로 국내 외국인 자금의 이탈 유인을 낮출 수 있어서다. 금융시장에서 추정하는 한은의 기준금리 '실효 하한'은 1.00%다.
실효 하한은 한은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최저치다. 현 기준금리가 1.50%인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사용 가능한 완화적 통화정책은 0.25%포인트씩 2회 인하가 전부다.
◆ 두 번 남은 금통위, 언제 내릴까
한은은 경기 침체 우려와 대외 리스크 확대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3년 1개월 만에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 또는 11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2차례 회의가 남아있지만 다음 달 10월 금리인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국면이 이어지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12월 회의에서) 연속해서 인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점도표상 올해와 내년 각각 7명과 8명의 위원이 추가로 한 차례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점을 보면 올해 중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내 경기 여건만으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기준금리가 과거 저점인 연 1.25%에 도달한 이후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는 한은이 연준의 인하 속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고려할 주요 변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외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겠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곳곳에서 높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중동 사태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유가는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는 아직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당장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