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5국의 FDI 유입액 및 비중. /한국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5국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세안 5국의 역할이 강화되고 이들 국가의 내수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아세안 5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배경과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5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2018년 중 평균 5.3%를 기록했다.
한은은 "아세안 5국이 고성장을 보인 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FDI의 직접적인 투자 증대와 함께 선진 경영기법,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5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유량 기준)은 2007년 약 337억달러에서 지난해 686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임금 노동력, 천연자원 등을 활용하기 위한 '자원추구형 투자'를 중심으로 유입이 이뤄졌다.
아세안 5국은 '경제발전, 동아시아 국가와의 지리적 근접성 등으로 동아시아 주요국과의 무역연계성 확대 → 동아시아 주요국의 투자 증가 → 무역연계성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용이 작용했다.
특히 아세안 5국으로의 부문별 FDI 유입은 부존자원, 경제여건 등에 따라 국별로 차별화됐다.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은 제조업 부문으로 주로 유입된 반면 소득수준이 높은 말레이시아, 태국의 경우 서비스업으로의 유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은은 중국이 담당해 왔던 글로벌 생산거점의 역할이 향후 아세안 5국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FDI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도 아세안 5국에 대한 투자 촉진 요인으로 꼽혔다.
아세안 5국으로의 FDI 유입액은 2010년 중국 FDI 유입액의 40.9%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9.3%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중국의 수출은 2016년 이후부터는 대체로 세계 수출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분쟁도 아세안 5국으로의 FDI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HP, 델(DELL),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등 상당수 기업들이 동남아 5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안 5국의 내수시장도 확돼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향후 6년간(2019~2024년 중) 아세안 5국의 1인당 GDP는 연평균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 여력이 확대되면서 시장추구형 외국인 투자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아세안 5국의 인프라와 제도적 여건 등 기업 경영환경이 미흡하다는 점, 일부 국가의 경우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아세안 5국의 높은 성장세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기업들은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전략 수립 시 조립·가공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 구축 외에 내수시장 확보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경우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