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그랩 등 글로벌 기업 주목도↑
韓, 여객·물류 산업 함께할 법 근거 無
규제 샌드박스조차 통과하기 어려워
물류와 모빌리티 융합이 전 세계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규제로 인해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고속버스나 지하철 운송을 제외하고는 여객 운송 사업자가 물류 사업을 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기 때문.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사람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물건도 함께 이동하는 물류와 모빌리티 융합시대가 오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까지 물류와 모빌리티 산업 활동의 영역이 제한돼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물류와 모빌리티 산업의 융합은 글로벌 트랜드가 됐다. 우버가 등장하면서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유휴 공급을 물류에 투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자를 이용한 우버이츠가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차량공유 기업 '그랩'도 물류 음식과 배달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토바이 택시 O2O 기업 '고젝'은 음식배달, 장 봐주기 등 서비스로 인도네시아 물류 시장을 장악했다.
독일의 자동차 기술 기업 콘티넨탈도 물류와 모빌리티의 융합에 주목했다. 콘티넨탈은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2019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큐브(CUbE)에 물류 이송 역할을 추가해 주목받았다. 큐브는 스마트시티 내에서 출퇴근 시간에 무인 셔틀 역할을, 출퇴근 시간이 아닌 유휴시간에는 배송 업무를 한다.
국내에도 물류와 모빌리티의 융합을 시도한 스타트업이 있지만, 기존 산업의 반대와 규제로 인해 서비스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빈 택시를 이용해 작은 물건을 배송하는 물류와 모빌리티 융합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T는 지난 4월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택시의 소형 화물 배송에 대한 근거와 운송 기준을 정한 현행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 퀵서비스협회 등 기존 산업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딜리버리T의 샌드박스 신청을 거절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딜리버리T는 출퇴근 시간 외 공차로 운행되는 택시를 이용해 급한 서류, 놓고 간 지갑이나 휴대폰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배송 물품 정보를 입력하면 인근에 있는 택시를 즉시 배차해준다. O2O 플랫폼을 기반으로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의 정보나 물건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낮 시간 빈 차로 운행하는 41%의 택시 유휴노동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
남승미 딜리버리T 대표는 "2014년 고속버스와 지하철로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 합법화되면서 국민들이 여객 수단으로 화물을 이송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며 "화물업은 매년 10%씩 신장하고 있지만, 여객업은 7%씩 줄고 있는데 이 갭을 유휴 택시를 이용해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우리가 화물연대가 하는 대형 물류 산업에 뛰어드는 것도 아니고, 퀵 서비스가 밀집되어있지 않은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산업에 뛰어들었는데 국토부는 우리가 화물연대나 퀵서비스협회 등과 '이해당사자'라며 샌드박스를 통과시켜주지 않았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사실 법이 모호한 것을 한 번 마음껏 놀아보고 실험해 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딜리버리T는 사업 범위를 제한해 실증특례로 사업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가 많아지고 새벽 배송이나 화물량 폭주 시기 등 모빌리티를 이용한 물류 산업에 대한 니치 마켓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여전히 법 제도적 문제 때문에 활동이 제한적이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