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대표는 24일 관계사 최고경영진들과 가진 워크샵에서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위기를 강조했다.
재계는 LG가 이번 사장단 워크샵에서 '혁신'보다는 '위기 극복'에 중점을 뒀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혁신을 강조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LG가 어려운 시장 상황에 결국 안정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점에서 최근의 경기불안에 대한 총수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가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면서 구 대표의 '젊은 피'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지만, 현실 인식은 다른 총수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LG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렇다할 실속을 챙기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차전지 선두인 LG화학과 OLED를 주도해온 LG디스플레이가 적자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LG전자도 모바일과 가전 부진으로 기대만큼 성적을 내는데 실패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최고 경영자에 기술자 출신 한상범 부회장 대신 LG화학 출신 재무통 정호영 최고경영자를 임명한 바 있다. 재계는 LG가 앞으로도 실속있는 사업을 위한 인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 이날 워크샵에 모인 사장단은 위기 탈출 해답을 또 다른 곳에서 찾았다.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디지털 전환)이다.
DT는 사업 전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경영 전략을 뜻한다. 사물인터넷(IoT)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다. 전통적 운영 방식을 혁신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올 초 신년사에서 DT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사장단 워크샵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며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장단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역량 강화와 스마트 팩토리 적용,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를 통한 스마트팩토리 적용 등을 결의했다.
아울러 사장단은 계열사별로 우수 DT 사례를 소개하고, 실행을 가속화하는 전략 방향도 논의했다.
LG화학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질환 관련 유전자 정보와 의학 논문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해 신약 후보군 발굴 효율성을 높이는 생명과학사업본부 R&D 전략을, LG유플러스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맞춤형 상품·콘텐츠를 추천하는 마케팅 사례 등을 공유했다.
그 밖에도 LG는 올들어 시작한 DT 기반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인재 발굴 작업이 가장 활발하다. LG인화원이 올 초 '디지털 테크 대학'을 출범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핵심 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한 필수 교육에 DT 과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챌린지'도 열었다. LG MBA 과정에 선발된103명 인재가 직접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실제 시장에 출시하는 내용이다. 사회 공헌 의미로 예비 사업가 후보를 육성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 핵심 인력을 발굴하는 의미도 있었다.
시스템 개선 노력도 이어왔다. 전체 계열사 IT 시스템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소프트웨어 표준을 도입해 주요 경영 활동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쉽게 만들고 축적 및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