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미래 기술 '초격차'를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 반도체에서 의료, 딥러닝까지 다양한 분야가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2019년 하반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연구 과제를 7일 발표했다.
이번에도 지원 사업은 기초 과학과 소재기술, ICT(정보통신기술) 창의과제 등 3개 분야로 구분됐다. 총 33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각각 7개, 10개, 9개 등 26개로, 수학에서부터 반도체와 소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연구가 선정됐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선정된 의료, 환경 분야의 과제들은 우리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반도체, AI 분야의 과제들은 우리나라 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은 "오늘 발표한 과제의 절반이 30대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신진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것으로 향후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과학기술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양대 정은주 교수는 뇌 신호를 해독하는 내용으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삼성전자
◆기초과학, 미래 먹거리를 찾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생명과학과 물리, 수리 등 과제 7개를 지원 과제로 뽑았다.
이 중에서도 생명과학 분야가 3개나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김명희 교수팀의 폴리효소복합체 해독 연구 ▲카이스트(KAIST) 이흥규 교수팀의 뇌종양 탐지 세포 발굴 및 면역 제어 기전 규명 ▲카이스트 허원도 교수팀의 메신저 RNA 기능의 시공간 조절원리 및 신생단백질 기능 규명 등이다. ▲카이스트 김재경 교수팀의 생명 시스템의 시계열 빅데이터로부터 다이내믹 네트워크 추정 역시 생명과학과 연관이 깊은 연구 분야다.
그 중에서도 이흥규 교수팀은 뇌종양 세포를 인지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연구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뇌종양 치료제 발굴까지 가능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래 반도체를 이끌 연구도 눈에 띄었다. 고려대 공수현 교수팀의 '단일 원자층 반도체를 이용한 광포획 및 강한 상호작용 현상 연구'다.
이 연구는 두께가 나노미터(㎚) 단위인 2차원 반도체에 빛을 가두면 나타나는 새로운 물리 현상 이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규명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는 스핀소자를 상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새로운 양자 광학 이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코리아'에도 힘 실었다
소재기술 분야에서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과감한 지원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에는 소재 기술분야에서 가장 많은 10개 과제를 지원키로 하면서 소재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연구 분야 별로는 대중적 관심이 높은 반도체와 전지, 디스플레이 등 산업에 비중이 높았다.▲키스트 김상태 교수팀의 액상선 상전이를 응용한 고효율 상온 열전지 ▲연세대 이규형 교수팀의 가전도대 제어 Mott-Hubbard 절연체 원리 기반의 p형 투명 전도성 산화물 개발 ▲유니스트 이준희 교수팀의 HfO2 유닛셀(5angstrom) 자체를 비트로 쓰는 초고밀도(Tbit/cm2) 메모리 및 멀티레벨 소재 개발 ▲카이스트 최민기 교수팀의 기공 규칙성을 지니는 2D 초미세다공성 탄소 분리막 개발 ▲경북대 허남호 교수팀의 수분에 안정하며 극소 반치전폭을 갖는 디스플레이용 무카드뮴 나노형광체 개발 등 5개다.
그 중에서도 이준희 교수팀 연구는 원자 단위에서 다중 스위칭이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개발할 예정으로, 신경망 컴퓨터에 적용할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성균관대 박재형 교수팀의 면역관문억제재 한계 극복을 위한 암 엑소좀 분비 억제용 생체접합체 개발 ▲재료연구소 정경운 박사팀의 전이성 암 세포 견인력 분석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고민감도 전단력 감응형 소재기술연구 등 2개가 뽑혔다.
정경운 박사의 연구는 암세포 전이 특성에 따라 색이 변하는 유기 소재를 연구해, 암세포 전이 가능성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할 전망이다.
고층 건물이나 항공기, 선박 등 대형 구조물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지원을 받게 됐다. 키스트 김동훈 교수팀의 '데이터 모양 분석을 통한, 재료 파괴시점 예측'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금속이나 복합소재 파괴 시점과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내용으로, 만일의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융합 기술 연구도 '삼성' 힘 보태
ICT 창의과제 분야에서는 삼성미래기술 육성사업으로 9개 과제가 선정됐다. 기존 기술을 융합해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연구들이다.
마찬가지로 의료 부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카이스트 구승범 교수팀의 모바일 3차원 동적 엑스선영상 관절 진단기기 개발 ▲서강대 김현철 교수팀의 막교란과 장력을 유도하는 차세대 항생제 나노 지질 드릴 구조 설계 ▲연세대 서진근 교수팀의 저선량 콘 빔(Cone-Beam) CT에서 금속물에 의한 영상왜곡 해결 ▲한양대 정은주 교수팀의 뇌신호 해독을 통한 BCI-음악제작(Musicing)시스템 개발 등이다.
이중 정은주 교수팀은 뇌 신호를 분석하는 연구로 지원을 받는다. 뇌에서 음악을 상상할 때 발생한 신호를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반대로 음악을 뇌 신호로 바꿔줄 수 있을 전망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도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재활을 도울 뿐 아니라, 향후에는 뇌와 컴퓨터를 연동하는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다.
딥러닝 관련 연구도 다수 선정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궁재하 교수팀의 '오토핏:사용자 플랫폼에 자동 최적화된 딥러닝 모델 선택과 다계층 메모리 분할학습을 통한 서버 시스템 가속화' ▲서울대 정교민 교수팀의 '논리적 추론을 위한 딥러닝 아키텍쳐 개발' ▲고려대 한정현 교수팀의 '차세대 물리 시뮬레이션 =파티클 기반 통합 시뮬레이션+딥러닝' 등 3개다.
정교민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사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현재 딥러닝 기술은 귀납적 학습 방법에 기반에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이 자율주행과 자연어 처리 등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처럼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도체 관련 과제도 2개가 뽑혔다. ▲강민희 교수팀의 '다중-표적분자 동시검출용 플라즈모닉 One-pot LAMP 시금(Assay) 원천기술 개발' ▲ 건국대 채형일 교수팀의 '5G 통신용 하드웨어의 초소형 저전력 구현을 위한 대역 통과형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 기반 RFIC 아키텍처' 등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시행해온 사회공헌 사업이다. 당시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하고, 각각 기초과학과 소재기술·ICT 창의과제를 지원해왔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기초과학 187개, 소재기술 182개, ICT 창의과제 191개 등 560개 연구과제를 선정해 7182억원을 사용했다. 선정된 연구에는 10년간 연구비뿐 아니라 사업화, 기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한다.
최근 들어서는 눈에 띄는 성과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니스트 김경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3진법 반도체 웨이퍼 기술을 개발해내며 전세계에 주목을 받았다. 전기 신호를 통하거나 통하지 않는 것만으로 구별했던 것을, 누설 전류를 이용해 0, 1, 2로 세분화해 늘린 것이다. 소모 전기량뿐 아니라 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지난 9월에도 고려대 이경진 교수팀이 차세대 메모리 M램 소비 전력을 95% 이상 줄이는 기술로, 성균관대 윤원섭 교수와 고려대 강용묵 교수 공동 연구팀이 2차전지 충전 용량을 100%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세계 학계를 들썩이게 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상반기 지원 연구과제 공모를 진행하며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 연구제안서를 등록하면 서면 심사를 거쳐 연구 계획서 제출과 발표를 통해 최종 과제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