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저점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둘러보는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저점론'에 힘이 실리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낮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걸림돌이지만, 오히려 경쟁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5만원을 돌파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 3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년 6개월여만에 다시 회복에 성공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목표가가 당초 5만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들어 6만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리포트가 이어졌다.
일단은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 추정된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잠정실적이 여전한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진을 가전과 스마트폰 등으로 일부 해소하는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가 예상된다. 대만의 TSMC가 최근 3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파운드리 업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 랠리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가 이달 말 저조한 실적 발표를 앞두고서도 다시 8만원대를 돌파했으며, 테스와 원익IPS도 연중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반도체 장비 투자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메모리 반도체 저점론이 맞아들어가는 셈이다. 클라우드 업체가 다시 서버 구축에 나선데다가,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반도체 재고 수준도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견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여전히 낮아서 실적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16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D램 8G 평균 가격은 3달러 수준으로 더 떨어졌다. 업체 판매가도 여전히 하락중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기대만큼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9월 반도체 수출물가도 다시 내림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달 대비 D램 수출 가격이 8월에는 13개월 만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9월에는 다시 0.9%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 분쟁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인데다가, 얼어붙었던 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메모리 가격이 오히려 국내 업체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수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판매 가격이 낮으면 중국 등 신흥 업체가 뛰어들기 쉽지 않아서다. 기존 생산업체 중에서도 가장 미세한 공정을 사용하고, 웨이퍼 주변부까지 활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옵테인'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직 안정성을 증명하지 못한데다가, D램과의 가격 차이 때문에 한동안 시장에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저가 행진을 이어가면 중국뿐 아니라 인텔 등 후발 경쟁사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당장 슈퍼 사이클처럼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대신,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확고히하는 데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