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환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이 ▲무역 경로를 통한 영향 ▲불확실성 경로를 통한 영향 등을 받았다고 봤다. 이는 한은 조사국이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0.4%포인트 하락분 중 0.2%포인트는 미·중 관세 부과가 한국의 중간재 수출을 직접 제약하고 미·중의 내수 둔화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산업연관표(WIOD)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미·중 추가 관세 인상은 수출 감소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하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0.2%포인트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경제주체들의 관망행태 경향이 증가함에 투자,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함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거시계량모형(BOK12)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불확실성 경로를 통해서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IMF는 미·중의 무역분쟁에 따른 올해 성장률 하락폭을 중국은 약 1.0%포인트, 미국은 0.3%포인트, 유로지역은 0.2%포인트 등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그 나라들이 붙은 분쟁에서 우리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며 "IMF도 미국과 중국 양 당사국을 빼고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기에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부진까지 가세했다"며 "올 한 해의 성장률 둔화는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요인 악화 탓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에는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부분적 합의를 하면서 최악은 면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고,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도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경제 성장세는 올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물가와 경기만 보면 진짜 금리를 낮출 상황이 됐다"면서도 "금리는 지금도 낮은데 제로(0) 금리까지 가기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 정책 여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막상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이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이 중앙은행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됐다.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는 아니다"라며 "0% 내외 물가 상승률이 한두 달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