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예산안 본격 심사를 앞둔 정치권이 기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 확장'과 '낭비 방지' 사이에서 여권과 야권이 513조원이라는 역대급 예산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을 모은다.
메트로신문은 24일 여야의 예산 편성 기조와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與 "확장재정 기조 이어가야" vs 野 "청년·노인 지원 외 아무것도 못 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위원회 의장 조정식 의원은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2%대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올해 남은 기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책 역량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집행 속도를 가속화하고, 동시에 국회 차원에서도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야당 일각에서 확장 재정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도 "확장적 재정운용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당정(여당·정부)은 경제가 안정적 성장 궤도에 이를 때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 정용기 의원은 서울시의 청년수당 확대를 언급하며 "기본소득 보장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현금살포"라며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돈을 뿌리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단기 쪼개기 알바와 어르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고 평가하며 "정책 대전환을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 일자리·복지 예산 지원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文 정부, 일자리·복지·남북협력기금 재정 늘릴 수 있을까
여권은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3가지 경제 기조를 바탕으로 국정운영 중이다. 일자리·복지 등 예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어르신 일자리를 13만개 더해 74만개로 늘리고, 저소득층 어르신 157만명의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은 181조5703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160조9972억원에서 12.8%나 늘렸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 21조2374억원보다 21.3% 올린 25조76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야권은 민간주도성장·시장규제완화·경영지원 등을 주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경제 활성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의 단기성 일자리·복지는 '재정중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과세-고복지는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1조2200억원에 이르는 남·북한 경제협력기금도 충돌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보다 10.3% 늘렸다.
◆513兆 수퍼예산, 통과는 언제?
국회는 오는 28~29일 종합정책질의, 30일과 다음달 4일 경제부처 예산 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11월 5~6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을 검토하고, 11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원회를 가동한다.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 본회의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여야가 공방 끝에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넘기고 내년까지 넘어갈 경우 정부는 올해 예산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준예산은 급여 등 경직성 경비만 집행이 가능하다. 국정운영은 사실상 멈추고, 행정 기능은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 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회가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긴 적은 있지만, 역사상 준예산 집행은 아직까지 없었다. 지난해에도 국회는 법정시한을 엿새 넘긴 12월 8일 새벽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정치권은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때문에 올해 '예산 정국'은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정당마다 총선 준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길게 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이 28.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법안 처리가 저조한 가운데 사법·검찰·정치개혁 등이 올해 말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여야가 예산안을 한 데 묶어 통 큰 합의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