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악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일본은 청구권 협정 문제와 관련 '국가 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일본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분기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향후 한일 정부 간 채널로 공식대화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도쿄에 마련한 프레스센터에서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 결과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조 차관은 먼저 "양국 총리는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로서 어려운 관계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아울러 양 총리는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한·일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교류를 촉진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이어 "한·일 총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 간 청소년을 포함한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에도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강제징용 문제의 경우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 따르면 이 총리는 아베 총리 요구에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 존중해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회담 마무리 전 흰 봉투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한 면 분량의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취지가 담겨 있으며, 양국간 현안에 대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나가자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이 총리가 '레이와 시대' 개막을 축하하고, 양국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회담장에서 친서를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친서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는 게 조 차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외교채널을 통해 일왕에게도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내용은 즉위 축하와 양국관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발전을 희망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와 시대 맞아 일본 국민의 안녕과 번영 기원한다는 간략한 인사도 담았다.
조 차관은 "이 총리는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거듭 축하하고, 태풍 피해를 당한 일본 국민에게 위로의 뜻 전했다"며 "아베 총리는 감사를 표하며 문 대통령이 일본국민의 태풍 피해에 대해 위로를 전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21분간 회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당초 한국 정부는 '면담'이란 용어를 사용했으나, 일본에서는 '회담'으로 지칭키로 한 만큼 용어를 '회담'으로 통일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7월 이후 양국의 여려운 시기가 3개월 반 동안 이어졌는데, 이번에 총리회담이 이뤄진 것은 하나의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 총리가 이런 경색 타개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소통 촉진시켜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한 셈"이라며 "이제까지 비공식적,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시도됐던 대화들이 정부 간 채널을 통해 공식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도 양국 대화를 촉진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며 "그런 예상 목표치에는 도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오늘 특별히 정상회담을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향방은 없지만, 정상회담에 부정적이거나 가능성을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정상회담에 항상 열려있는 입장"이라면서도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갑자기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