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보험사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 /에프앤가이드
보험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9개 상장 보험사 중 7곳은 올해 3분기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생명보험사들은 대체로 선방한 데 반해 손해보험사들은 모두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수익이 저조해지면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보험사 9곳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93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03억원에 비해 11.8%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별로는 생보사 4곳(삼성·한화·미래에셋·동양생명)의 순이익은 4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반면 손보사 5곳(삼성생명·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의 순이익은 4763억원으로 20.1%나 줄어들 전망이다.
생보사 4곳 중 2곳만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106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3분기에는 805억원으로 86.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양생명의 자회사였던 동양자산운용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일회성 이익이 800억원 가량 반영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은 순이익이 142억원에서 263억원으로 46.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수익이 보장되는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삼성생명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915억원으로 전년 동기(2986억원)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교보생명과 '빅3'로 불리는 한화생명은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모양이다. 한화생명의 3분기 순이익은 5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406억원)보다 57.4%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손보사 5곳은 일제히 실적이 악화됐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의 3분기 추정 순이익은 194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371억원)보다 17.9%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의 경우 올해 3분기 775억원의 추정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에 밀리며 전년 동기(1009억원)보다 23.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DB손보는 지난해 3분기 1516억원에서 올해 3분기 1247억원으로 순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한화손보는 올해 3분기에도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한화손보의 순이익 추정치는 81억원으로 1년 전(338억원)보다 76%나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생·손보업계 모두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험산업의 수입보험료가 전년보다 0.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특히 내년에는 보험산업 수입(원수)보험료 증가율이 0.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하로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생명보험업계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종신보험 수요 감소, 경기부진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 확대 등의 영향으로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손해보험의 경우 장기손해보험 증가율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둔화 등으로 다른 대부분 종목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업계는 대형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크게 안 좋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