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인증하는 정부의 공신력이 힘을 잃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3년 부터 인증한 '혁신형 제약기업'들이 최근 임상 3상 실패와 중단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각종 정부 지원과제에 선정돼 연구개발 지원도 꾸준히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취소'
30일 보건복지부는 품목허가가 취소된 '인보사케이주' 사태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신약 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기업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우선 참여, 세제 지원, 약가 우대, 정책자금 우선 융자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한번 지정되면 3년간 효력이 유지되고, 그 이후엔 이행실적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가 가려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8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처음 선정됐다. 만일 인증이 최소되지 않는다면 오는 2021년 말 까지 3년간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의약품 핵심성분이 종양 유발 가능성이 높은 신장세포로 바뀐 것으로 드러나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대상에 올랐다.
현행 제약산업법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 과정을 거쳐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임상3상을 중단한 헬릭스미스(바이로메드)도 혁신형제약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처음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된 후 2015년과 지난해 인증이 두차례 연장되며 오는 2021년 까지 혜택을 유지하게 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달 위약과 시험약물의 혼용으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R&D 지원금 어쩌나
임상 3상 실패로 논란이 된 기업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도 꾸준히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을 포함한 4개사를 선정하며 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코오롱생명과학에 총 82억원을 지원해 왔다.
신라젠도 60억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왔다. 신라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보조한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8년 12억원, 2017년에는 16억원, 2016년 34억원 가량이다.
자체 개발중인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 '퓨어스템-AD주'의 단독투여 임상3상에서 실패한 강스템바이오텍 역시 올해 상반기 5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 등, 지난 5년간 50억원 가량의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아왔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해 5월 첨단 의료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과제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사업 기간은 2021년 12월까지며, 총 사업비는 정부 출연금을 포함한 15억원이다. 헬릭스미스 역시 사업보고서 기준 최근 3년간 정부로 부터 16억원 가량의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아왔다.
이들 지원금들은 신약 개발이 최종 실패할 경우, 전액 환수 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27조 11항에 따르면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해 중앙행정기관이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중단되거나 실패한 과제로 결정됐을 때는 해당 연도 출연금 전액이 환수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연구개발비로 지원한 정부 지원금 82억원 중 25억원을 우선 환수를 진행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 의약품 성분 변경의 의도적인 은폐 등의 부정행외가 확인 될 경우 나머지 57억여원도 전부 뱉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