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은 LG전자가 생산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생산 모델 다수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트래버스. /쉐보레
국내 자동차 전자 장비(전장) 업계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국산 전장에 주목하면서 흑자 전환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LG전자의 전장사업부인 VS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3401억원으로 전년보다 14%나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여전히 손실을 유지하며 -601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매출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 밖에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도 전장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적지 않은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해 그룹내 전장 사업을 주도할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하고 김형남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바 있다.
LG화학이 만드는 전기차용 배터리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배터리를 점검하는 모습./LG화학
LG가 만드는 전장 부품은 다양하다.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이고, 모터와 배터리팩, 등화장치와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ADAS)까지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LCD 패널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임러와 BMW, 르노와 현대자동차 등이 LG디스플레이와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고 알려졌다. 높은 내구성과 안정적인 성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GM은 LG가 만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째로 도입한 대표적인 업체다. 전기차 볼트EV를 시작으로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등 신차들이 모두 LG 제품을 품고 있다.
전기차도 GM은 에누리 없는 'LG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볼트 EV에 구동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11종을 LG에서 공급받았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공급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국 로즈타운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새로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 설립 역시 LG화학과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 유력시된다.
오스트리아 ZKW도 LG 인수 후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 더 몸값을 높이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등 고급 브랜드와도 거래선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OLED 디스플레이와 하만 스피커 등 자사 역량을 한데 모아 차량용 시스템 디지털 콕핏을 개발했다. 우선 아우디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ZKW를 인수한 후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분위기"라며 "럭셔리 모델에서도 ZKW 도입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전장 사업을 주요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후 자동차 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거의 독점 수준인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와 시스템 반도체가 주력 제품으로 손꼽힌다.
'디지털 콕핏'이 바로 삼성전자 전장 기술력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제품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뿐 아니라 ADAS 등 차량 제어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엑시노스 오토'를 중심으로 OLED 디스플레이와 하만 스피커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한 곳에 담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아우디 차세대 모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포르쉐의 최신형 전기차인 타이칸에는 이미 삼성전자 OLED 패널이 장착됐다. 테슬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자사 자율주행 칩셋 수주를 맡긴 이유도 삼성전자의 전장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퀄컴과 손을 잡고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개발 플랫폼을 공급받기로 한 것.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에 다소 뒤떨어지는 상황을 타계할 묘안으로 풀이된다.
국산 전장이 글로벌 자동차를 뒤덮고 있음에도, 여전히 비싼 수리비는 소비자들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외로 수출한 제품을 다시 역수입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을 단순히 장착하는 게 아니라, 생산 공장에서도 개량을 거치기 때문에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바로 조달할 수는 없다"며 "다만 판매량이 국산차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대책을 강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