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중국으로 특허 전쟁 전선을 확대한다. 무려 12년만이다.
LG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가전 기업 하이센스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미국서 판매 중인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무선랜 기반 데이터 전송 속도 향상 등 LG전자가 보유한 편의성 관련 기술 4건을 하이센스가 침해한 것으로 의심했다.
LG전자는 올 초 하이센스에 경고장을 보내 특허 침해 중지 및 협상을 통한 해결을 요청했지만, 하이센스가 불성실한 태도를 일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전선'은 더 커지게 됐다. LG전자는 최근 QLED 표시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고, 8K 해상도 표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냉장고 제빙기 관련 특허 침해를 이유로 현지 업체들과 소송을 시작했다. LG그룹으로 보면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도 특허침해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소송 대상이 중국 업체라는 데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중국 업체는 현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탓에 소송전을 치르기 까다롭기로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LG전자도 2007년 TCL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후 12년여만에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번 소송이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절박함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업체가 LCD TV 저가 공세를 이어가면서 중저가 시장을 거의 독식한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중국 업체 전략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상반기 북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려 시장 4위로 떨어진 바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가 22.2%, 중국 TCL이 21.2%로 상위권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비지오가 14.3%, LG전자가 11.6%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하이센스는 7.5%로 5위인 업체다.
그러나 LG전자가 올레드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소송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더욱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LG전자는 16.5%로 삼성전자(30.4%)에 이은 2위를 굳건히 유지 중이다. TCL(6.9%)과 하이센스(6.3%) 등 중국 업체와 격차도 크다. LG전자가 꾸준히 확대 중인 OLED TV 진영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이번 소송이 '견제'보다는 기술력 '과시'에 쏠려있다는 추측 근거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전생규 부사장은 "LG전자는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