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개발한 트윈 도징은 디젤 엔진 질소산화물 배출을 80%나 줄여주는 장치다.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디젤 엔진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디젤 엔진이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환경 오염 주범이라는 인식에 따라 소비자와 정부가 외면한 때문이다.
그러나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능면에서 대체재가 없고, 발전속도가 빨라 친환경성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전기차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소에 의존한다면 다시 '디젤'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체 모델에서 절반 이상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운터투르크하임 공장에서 디젤엔진 생산 중단 결정도 내렸다.
폴크스바겐그룹도 10년간 전동화 차량 26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BMW도 2025년까지 매출 25%를 전동화 차량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그 밖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전동화에 사활을 걸었다.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성향 변화다. 지난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판매 비중도 절반 이상에서 30% 안팎으로 주저 앉았다.
만트럭버스 등 상용차 업계는 일찌감치 유로6D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국내에 출시했다. 사진은 만트럭버스 신모델 라인업. /만트럭버스
정부 규제도 중요한 요인이다.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올해 1㎞당 130g에서 내년 95g으로 27%나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는 이후에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전동화 모델을 일정 비중 이상 제작하고 판매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디젤 엔진 퇴출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아직 가솔린 엔진이나 전기차가 디젤 엔진을 대체할만한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디젤 엔진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가솔린 엔진 수준 친환경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며, 정부 규제에 발전 가능성을 제한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디젤 엔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기술 개발 속도가 훨씬 빠르고 분명해서 친환경 시대에도 무리 없는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다.
당장 디젤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가솔린 엔진을 추월했다. 아직은 디젤엔진이 미세먼지를 더 배출하고 있지만, 열효율을 더 높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전기가 대부분 화석연료로 생산된다는 점도 전동화 차량 친환경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전소 비중은 석탄화력발전과 LNG를 합하면 70%에 육박했다. 신재생 에너지와 수력발전은 7%에 불과했다.
화석연료가 전기로 바뀌고 전기차로 송전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감안하면, 열 효율이 60% 수준인 디젤 엔진이 오히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실린다.
자동차 업계도 디젤 엔진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벤츠 관계자는 "전동화 차량 비중을 높인다고 디젤 엔진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디젤 엔진 개발을 이전과 같이 꾸준히 지속 중이며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디젤 엔진 발전 속도도 빨라졌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 유로6D 엔진이 유럽뿐 아니라 국내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그 다음 단계 기술도 상용화 단계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화석 연료 발전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내연기관보다 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디젤 엔진이 편견 때문에 환경 오염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기술력으로는 가솔린 엔진을 넘어설만큼 빠르게 발전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