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능력과 현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의 용퇴는 혁신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LG전자는 보다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더 젊고 개혁적인 수장으로 교체를 결정했다.
LG전자의 새 사령탑에는 권봉석 사장이 임명됐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1963년생으로,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과 상품기획,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에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 LG전자를 이끌 적임자로 물망에 올라왔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이연모 신임 부사장. /LG전자
LG이노텍도 강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광학솔루션사업부장에서 CTO로 새로운 보직을 받았다. 강 신임 부사장은 카메라 모듈사업 글로벌 지위를 강화하며 탁월한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아 승진에 성공했다.
젊은 인재 발굴도 전 계열사에서 빠르게 진행됐다. 45세 이하 신규 임원 비중이 지난해 15.7%에서 올해 19.8%로 대폭 상승했다.
LG생활건강은 최연소인 심미진 상무를 파격 발탁했다. 1985년생으로 올해 34살에 불과하다. 헤어·바디케어 부문에서 높은 성장을 주도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임이란 상무도 1981년생으로 젊은 임원 중 한 명이다. LG전자도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에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을 새로 임명했다. 1980년생으로 아직 30대다.
여성 임원도 이번 인사를 통해 37명으로 더 증가했다. 신규 선임자만 8명으로 지난해(7명)보다 더 늘었다. LG생활건강에서 3명, LG유플러스에서 2명, LG전자와 LG이노텍, LG CNS에서 각 1명씩이다.
'유리 천장' 파괴에도 앞장섰다. 여성 임원 3명이 새로 전무로 승진하면서다. LG생활건강 최연희 전무와 지투알 박애리 전무, ㈜LG 김이경 전무 등 3명이 주인공이다. 특히 김이경 전무는 지난해 말 이베이코리아에서 영입된 후 불과 1년만에 승진에 성공했다.
LG는 이같은 파격 인사를 통해 '성과주의' 원칙도 재확인했다. 신규 임원 대부분이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전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대표 체제도 더욱 공고히했다. ㈜LG에서 요직을 맡고 있던 인사들이 승진 명단에 포함되며 더 힘을 얻게 됐다.
전자팀장 정연채 전무와 재경팀장 하범종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구광모 대표의 첫 임원 인사로 각각 LG전자와 LG화학에서 지주사로 이동한 임원이다.
지분 매각으로 '일감 몰아주기'에서 해방된 LG CNS 최고 인사 책임자 김흥식 전무도 ㈜LG로 불러들이며 부사장으로 올렸다. LG인화원장으로 이동한 이명관 부사장을 대신해 ㈜LG 인사팀장을 맡게 됐다.
LG전자 신임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 /LG전자
LG 관계자는 "성과와 역량에 기반한 인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는 한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고객가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인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