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입법을 외면하면서 민생 법안은 벼랑 끝에 섰다. 오는 10일 끝나는 올해 정기국회는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 경제·민생을 챙길 마지막 기회로 꼽힌다. 정기회 후 여야는 총선정국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현안은 내년 2월 아파트 청약 시스템이 정쟁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 199개를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자유한국당은 법안 대부분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내걸었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정국경색이 이어졌다.
여야의 의정활동 중단으로 발등에 불 떨어진 가장 큰 분야는 부동산·경제 분야다.
정부는 내년 2월 주택 청약 관리 업무를 기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청약업무 이관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준비를 한 바 있다.
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국토부 산하기관 감정원이 청약 시스템을 관리하면 ▲부적격 당첨자 검증 ▲당첨자 관리 ▲주택 통계 시스템과의 연계 등 공적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 청약자에 대해 사전 자격검증을 실시해 부적격자의 당첨을 막기 위한 복안이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관련해 감정원 청약 관련 금융거래정보와 금융정보 취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5월 말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2월부터 주택 청약 업무의 차질도 불가피하다.
금융·산업계의 숙원인 '데이터 경제 3법'의 처리도 불발했다. 특히 3법 중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를 통과했고, 업계는 다시 한 번 기대를 모았으나 본회의에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볼모로 잡혔다.
과거사 배·보상 안건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현재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에 묶여 있다.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17년 12월 19일 국회에 제출돼, 3차례에 걸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 배·보상을 위한 예산 확보 문제도 정부와 국회가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도민의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열린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4·3특별법 개정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법안 통과는 여전히 난망하다.
이외에도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지원법과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을 골자로 한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여러 민생 법안이 좌절하고 있다.
이들 법안의 처리 시한 마지노선은 사실상 올해가 끝이다. 내년 6월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현재 계류 중인 1만6000건의 20대 국회 법안은 모두 자동으로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