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성과주의' 인사 태풍 속 남은 건 롯데
연말 정기 임원인사 시즌에 돌입한 유통가에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겪고 있는 정체기를 인사혁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유통업계는 이번 인사 키워드로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를 내세운만큼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제는 막판 판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롯데에 초점이 향하고 있다.
차정호 신세계 대표, 장재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9일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를 신세계 대표로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백화점과 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 자리를 맞바꿔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자체 브랜드 강화와 글로벌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역대 최고 실적을 이끈 차정호 대표는 새로운 시각에서 백화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이례적으로 이마트 부문만 일찍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에 처하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혁신을 위해 6년간 이마트를 이끌었던 이갑수 사장을 떠나보내고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를 대표로 신규 영입했다.
위기 상황에서 순혈주의를 고집하기 보다는 젊은 외부 인사 수혈로 내부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업계에서 강 신임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을 연구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변화에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체기에 빠진 이마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윤기철 리바트 사장, 김민덕 한섬 사장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도 예년보다 앞당겨 인사를 단행했으며,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은 동반퇴진했다.
현대백화점 대표로는 김형종 한섬 대표가 내정됐다. 동시에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에는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한섬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이 선임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을 전방에 배치해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원준 유통 BU장,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롯데쇼핑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관심은 롯데로 쏠리고 있다.
롯데는 매년 크리스마스는 전후로 인사를 단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 역시 올해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유통부문 인사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뉴롯데'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식품, 유통, 화학, 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BU장 중 식품과 화학 BU장을 교체했다.
때문에 올해는 유통과 호텔&서비스 BU장 중 적어도 1명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유통부문 최고책임자는 이원준 유통 BU장(부회장)이고, 호텔&서비스부문 최고책임자는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에 이어 현대백화점까지 '세대교체'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라며 "롯데그룹도 이러한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