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8일 부터 10월 4일까지 17일 간 진행되는 세계군문화 엑스포 행사장 조감도. 육군중심의 전시관 명칭이 바뀐 것외에 기존의 행사장 구성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진=2020세계군뭉화 엑스포 홈페이지 캡쳐
육군이 주도해왔던 '지상군(軍) 페스티벌'이 내년에는 '세계군(軍)문화 엑스포'로 확대된다.하지만 포장만 화려한 '질소충전 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상군 페스티벌은 육군이 대민친화도를 높여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2002년 삼군 본부가 모여있는 충남 계룡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시작했다. 지상군 페스티벌이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계룡시도 2007년부터 계룡군(軍)문화축제를 벌려 왔지만, 독자적인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군문화 엑스포 17일간 어떻게?
정부 관계자는 8일 "내년에는 육군이 주도하던 지상군 페스티벌이 없어지고, 계룡시와 충청남도, 재향군인회가 주도하는 세계군문화 엑스포로 14일 간(9월18일~10월4일까지) 열린다"면서 "육군 주도의 지상군 페스티벌이 통상 4일 동안 열리는 것과 달리 보름 정도 늘어난 일정이지만, 양질의 컨텐츠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열릴 세계군문화 액스포의 '세계군문화 생활관'의 전시 계획에 따르면, △육군 생활관 △해군 생활관 △공군 생활관 △해병대 생활관 △여군 △미8군 △UN군 △군생활 홍보관 등으로 크게 8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4개는 기존에 전시돼 온 육군 생활관을 해병대를 포함한 4개 군으로 늘려 놓았을 뿐이다. 여군 독자 전시의 경우, 일각에서는 "여성군인도 남성군인과 같은 군인인데 여군만 따로 뺀다는 것은 여성을 아직도 군의 꽃으로 보는 진부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8군 전시분야는 주한미군이 직접 진행해 왔고, UN은 세계 각국의 UN군의 모습이 아닌 한국군의 평화유지활동이 전시돼 왔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세계 군복전시회를 통해 UN에 소속된 30여개 국가의 군복을 전시하기도 했지만, 육군 내부의 반발로 향후 전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래관의 전시도 비슷한 시기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지상군 방위산업 전시회(DX KOREA)와 중복돼, 방산업체들과 군 실무자 등에게 이중의 부담감을 앉길 수 있다.
■국제 방산전시회와 중복, 컨텐츠도 부족
격년으로 개최되어 온 지상군 관련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인 'DX KOREA'는 통상 지상군 페스티벌과 일정이 겹치지 않게 개최되어 왔다. 내년에는 9월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행사기간의 절반이 세계군문화 엑스포와 겹치게 된다.
기존의 지상군 페스티벌 또는 DX KOREA 양쪽에 전시부스를 운영하거나 지원을 했던 일부 방산관계자들은 '기업업무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반응이다.
한 방산업 관계자는 "양쪽 모두를 지원하는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도 문제지만, 17일 간 행사를 지원하게 되면 기업의 업무 일정에서 적잖은 부담이 된다"며 "관람 인파에 따른 전시물 사후 정비 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세계군문화 엑스포가 세계적인 군문화축제를 표방하지만,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의 에딘버러 밀리터리 타투와 같은 고급스런 기획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군 관계자는 "에딘버러 밀리터리 타투처럼 역대 지상군 페스티벌에 선진국 군악대가 앞다투어 온 적도 없고, 초청에 응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연예인 출신 병이 동원되는 공연 또는 행사에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질소가 가득찬 과자봉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사전시 전문가들은 육군이 세계군문화 엑스포보다 DX KOREA에 집중해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군사전시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