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512조2505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긴지 8일 만이다. 여당은 예산안을 정기회 회기 내 처리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반면 자유한국당을 뺀 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향후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8시 38분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과 기금운용안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개회 35분만이다. 문 의장은 앞서 오후 8시 본회의장에 의결정족수(148명) 이상의 의원이 모인다면 본회의를 개의해 예산안을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국회 선진화법의 영향으로 과거와 같은 거친 몸싸움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예산안 처리 내내 본회의장은 고성과 고함, 삿대질이 오갔다.
예산안을 처리하고 다시 정회했던 본회의는 이날 오후 10시 22분께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속개했다. 문 의장이 예산안 처리 이후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회권을 이양 받은 주승용 부의장의 사회로 속개된 본회의에서는 16개 예산 부수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당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법안의 수정안을 무더기 발의하는 등 예산 부수법안의 본회의 처리 저지에 나섰지만, 단 한 건도 저지하지 못하고 본회의는 오후 11시 53분 산회했다.
여야는 앞서 이날 아침 본회의 전부터 의원총회에서부터 예산안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9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사실상 무효가 된 것을 두고 한국당을 제외한 '4+1(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단일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강경 태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수정안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교섭단체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간 합의에 의한 예산안 처리를 주장했다.
다만 여야는 오전 본회의에서 민식이법·하준이법·파병연장동의안 등 비쟁점 법안 16건을 처리했다.
이후 여야 원내대변인이 각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신경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근거 없는 4+1 협의체의 수정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맞서 "한국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국회를 운영하는 것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문 의장과 이인영(민주당)·심재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 원내대표와 전해철(민주당)·이종배(한국당)·지상욱(바른미래) 3당 예결위 간사 등 7명은 오후 1시 36분부터 예정했던 본회의를 지연시켜가면서 최종 협상에 나섰지만,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
예산안 처리를 통해 여야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11일부터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마저 여당이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지난 4월 빚어진 물리적 충돌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