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 시장은 긴 터널을 지나왔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였던 인보사의 승인 취소와 기대주들의 글로벌 임상3상 실패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오는 2020년 제약·바이오시장은 악재보단 호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실패는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가파른 실적 증가와 토종 신약들의 판매 가시화로, 눈에 보이는 '숫자'가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란 전망이 더 밝다.
◆숫자로 증명하는 한해
내년 가장 기대감이 높은 업종은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SC로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는 셀트리온과,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성장의 양 축이다.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5%로, 처방약 시장 성장률 대비 4배 이상 높다. 특히 글로벌 상위 매출액 15개 바이오 약품들 대부분이 2020년대에 특허가 만료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의 피해주사 제형인 램시마SC를 유럽과 미국시장에 데뷔시킨 상태다. 삼성바이오 역시 아바스틴, 루센티스, 아일리아,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내년 부터 순차적으로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실적 성장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잠재 바이오시밀러 시장만 50조원 정도로 평가했을 때 두 업체가 현재의 점유율만 유지해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할 수 있으로 낙관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2019~2023년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각각 램시마SC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를 성장동력으로 해서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33%, 32%로 고성장할 것"이라며 "두 업체의 전 세계 점유율은 합산 매출 기준으로 2019년 20%수준에서 2023년에는 2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한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영증권 이명선 연구원은 "이제까지는 실적보다는 임상 성공, 기술수출계약 등의 연구개발(R&D) 이벤트로 주가가 변동했지만 내년에는 실적으로 평가 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실적과 관련된 다양한 호재가 있는 만큼 올해보다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종 블록버스터를 꿈꾼다
토종 신약의 효과도 기대해볼 만한 호재다.
SK바이오팜이 기술 수출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과, 독자적으로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가 기대주다. 솔리암페톨은 지난 7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세노바메이트는 내년 2분기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특히 엑스코프리는 기존 부분발작 치료제로 지난 해 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빔팻'보다 우수한 임상결과를 입증한 만큼 1조원 매출 기대도 높다.
NH투자증권 구완성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의 미국 판매 추이가 올해 관전 포인트"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3상 실패 실망감을 환기시킬만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2년 기술수출한 롤론티스는 FDA의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기술수출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은 고무적인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제품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글로벌 임상 3상 단계다.
한미약품은 내년 상반기 비알코올성지방간염(HM1521) 신약 미국 임상1상 결과를 공개하며, 하반기에는 항암제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내년 비소세포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하고, 1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종근당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는 내년 유럽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