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0.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투자 부진에 민간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1%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올해 11월까지 0.4%로 지난해(1.5%)보다 크게 둔화했다.
반기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중 상승률이 0.6%로 지난해 하반기(1.7%) 대비 크게 낮아진 데 이어 7~11월 중에는 0.1%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대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성장세 둔화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교육·의료 관련 복지정책 강화 등이 이를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외여건을 보면 국내 석유류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원유 수입물가는 올해 1~11월 중 상승률(원화 기준)이 -4.8%를 기록하며 전년(27.1%)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면 국내 공업제품가격 등에 간접적으로 파급되는 비에너지 수입물가는 원·달러 환율 상승폭 확대 영향으로 오름세가 1.4%에서 1.8%로 소폭 확대됐다.
국내여건을 보면 수요 측면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했다. 정부소비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비용 측면에서는 임금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됐다. 다만 숙박·음식업 등 개인서비스 관련 업종의 임금상승률은 예년보다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양호한 기상여건과 사육두수 증가 등으로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하반기 중에는 지난해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1~11월 중 농축수산물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로 과거 10년 평균(4.1%)을 크게 하회했다.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교육·의료 관련 복지정책 강화와 유류세 인하 등이 물가를 끌어내렸다. 다만 도시가스, 택시·버스 요금 인상 등 일부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1.0%, 2021년에는 1.3%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 전망했다.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지겠지만 공급 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2021년에는 국내외 경기 개선과 정부정책의 영향 축소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중 0.7%, 2021년에는 1.1%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지겠으나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물가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