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설명회 겸 송년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물가를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11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로 지난해 1.5%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물가안정목표인 2%를 하회했다. 그럼에도 저물가에 따른 금리인하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및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지겠으나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물가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성장세 둔화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교육·의료 관련 복지정책 강화 등이 이를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진입했다는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수요압력 약화뿐만 아니라 공급 및 정책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기조적 물가흐름은 1%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경제의 취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주로 주택담보대출 동향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며 "정부의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있고, 그 외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이 함께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된 원인 중 하나로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을 지적한 데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인하가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두 번의 금리인하 당시의 상황은 경기와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올해 기준금리를 지난 7월과 10월 1.75%에서 1.25%로 0.25%씩 두 차례 내렸다. 역대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 올해 11월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올해 11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사실상 두 명이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당분간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시 의사록을 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신인석 금통위원과 함께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나 의견을 다음 회의로 이연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수준은 단기간 달성해야 하는 개념이 아닌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해 나갈 목표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물가 움직임만 보고 결정할 게 아니라 경기 및 금융안정 상황, 정부 정책, 예상되는 효과 및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