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 번 경신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늘어난 대출로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졌고, 수수료 수익과 글로벌 부문도 성과가 가시화됐다. 이미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 근접했다.
실적과 달리 금융지주사 주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지부진하게 움직였다. 저성장,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에 그대로 반영됐다.
◆실적은 호황…사상 최대 실적 예고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8960억원이다. 사상 최대를 경신하면서 작년 연간 순이익과의 격차는 3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3분기 순이익은 9816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9000억원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 역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7771억원으로 신한지주의 뒤를 바짝 쫓았다. 사옥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도 이미 예고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는 3조7030억원이다. 신한지주 순이익은 지난 2017년 2조9492억원에서 2018년 3조1983억원, 올해 3조7030억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KB금융의 올해 순이익도 3조3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의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조5280억원으로 우리금융을 제치고 3위 자리를 탄탄히 다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실적은 올해가 정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은행권을 최대실적으로 이끌었던 대출 성장이 주춤한 데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연구원 이대기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은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높은 만큼 기업대출 역시 기계대출 둔화를 상쇄할 만큼 늘리기는 어렵다"며 "대출자산 성장세 둔화와 금리 하락세가 더 강력하게 나타날 경우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기본 전망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는 불황…2년 전으로 뒷걸음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과 반대로 움직였다. 대부분의 금융지주 주가는 2년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증시의 특성상 현재의 최대 실적보다는 미래의 실적 부진을 반영한 탓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신한지주와 KB금융은 지난 16일 종가 기준 각각 4만4400원, 4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21조545억원으로 지난 2017년 말에 기록했던 23조4255억원을 밑돌았다.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017년 26조5083억원에서 지난 16일 종가 기준 20조5084억원으로 감소폭이 더 컸다.
사정은 지방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BNK금융의 시가총액이 2017년 말 3조703억원에서 2조5227억원으로, DGB금융의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1조7845억원에서 1조2500억원으로 줄었다. JB금융만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2017년 말 9435억원에서 1조1031억원으로 늘었다.
최대 실적과 주가 하락의 조합으로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은 높아졌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은행주들의 배당수익률 전망치 평균은 4.9%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호황기에도 은행주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3.6% 수준에 그쳤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5.6%)과 우리금융(5.5%), DGB금융(5.5%), JB금융(5.4%) 등의 배당수익률이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4.6%)과 하나금융(4.4%), 신한지주(4.2%) 등의 배당수익률 기대치도 모두 4%를 넘어선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올해 은행 평균 배당수익률이 5%에 육박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당기산일인 오는 26일이 다가올수록 은행 배당매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