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에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2019 유통결산] 면세점, '황금알'은 옛말…철수하거나, 치열하거나
올해 면세점업계는 유독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화와 두산이 면세사업을 철수하며 업계의 판도 변화가 생겼으며, 현재는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공' 의존도가 점점 커가는 가운데, 2020년에도 치열한 결쟁이 예상된다.
관광객들이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에 방문하고 있다/메트로 손진영
◆한화·두산, 특허권 반납
2015년 말부터 시내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은 내년 말까지인 사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특허권을 반납했다.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했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9월 영업을 중단했으며 사업기간동안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10월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고 면세점 영업종료를 결정했다. 두산이 반납한 두타면세점 자리에는 신규 특허를 취득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을 이어간다. 두산은 영업정지일을 2020년 4월 30일에서 2020년 1월 25일로 석달 가량 앞당겼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내년 상반기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과 두타면세점 모두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여의도 63빌딩, 동대문)에 위치해 오픈 초기에는 수익을 올렸지만, 2016년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매출 역시 크게 줄었다.
시내면세점은 따이공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강북에는 현재 롯데, 신라, 신세계 빅3가 이미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가 내년 상반기 두타면세점 자리에 영업을 시작하면, 4곳으로 늘어난다. 강남에는 신세계와 현대가 운영중이다.
관광객들이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방문하고 있다/메트로 손진영
◆매출 규모↑ 영업이익↓
국내 면세시장의 매출 규모는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하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조6568억 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 하반기 매출 9조7608억 원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난해 첫 연매출 18조원을 넘어 올해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매출은 매년 새롭게 경신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손해라는 것. 후발주자로 출발한 한화와 두산이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면세 사업을 철수한 것 역시 이러한 점을 반증한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의 사정도 좋지는 않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2019년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면세 부문 매출은 시내면세점에서만 37% 늘어난 8564억원, 공항면세점까지 합치면 사상 최대인 1조 338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451억원에 그쳤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반된 실태를 알 수 있다.
면세점의 실적악화는 따이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증가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를 대신해 따이공이 매출을 메꿔주고 있지만, 따이공이 물건을 많이 구매해가도 송객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면세점은 중국 여행업체에 따이공을 보내주는 대가로 구매액의 20∼30% 안팎을 송객 수수료로 주고 있다.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에 방문하고 있다/메트로 손진영
◆인천공항 면세점만큼은 지켜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면세점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내년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이달 내 발표할 계획이다. 총 8개 구역 중 대기업에 할당되는 것은 5곳이다. 현재 롯데가 1곳(DF3), 신라가 3곳(DF2,4,6), 신세계가 1곳(DF7)을 운영 중이다.
입찰 대상 구역은 모두 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알짜 구역인데다, 지난해 관세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 면세점 특허 기간이 한차례 갱신이 가능해져 최장 10년 운영이 보장된다. 게다가 이번 입찰계약에서 매출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되면 사업자들은 인천공항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면세구역 DF2·4·6 세 곳을 운영 중인 신라는 해당 구역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며, 신세계 역시 공항공사가 제시하는 면세구역과 입대료 조건, 수익성을 검토한 뒤 입찰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면세점만큼은 뜨거운 각축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