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선배송·배달음식 과대포장은 괜찮나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종이 상자와 테이프·노끈이 마련되어 있어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을 담아갈 수 있도록 한 자율포장대에 종이상자만 제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4곳과 협약을 맺고 자율포장대를 없애기로 했다.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를 통해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다.
기존대로라면 환경부는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를 없대는 대신, 대여용 장바구니를 개발하거나 종량제 봉투, 종이상자를 유상판매하도록 했다. 대형마트는 협약에 따라 순차적으로 자율포장대를 모두 철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상자는 제공키로 했다. 플라스틱이 주원료인 테이프와 노끈은 제공되지 않는다.
친환경정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협약을 추진하기 전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자율포장대는 대형마트가 대량의 물건을 구매해가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물건을 담아갈 수 있도록 제공한 편의 서비스로 많은 소비자가 자율포장대를 이용해왔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환경부는 종이박스를 남길지 말지 여부를 대형마트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취했고, 대형마트는 종이상자를 기존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끈과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상자를 활용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종이상자를 접어서 물건을 담을 경우 무거운 중량을 버티지 못하고, 상품이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커머스에 밀려 대형마트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자율포장대까지 없애면 소비자의 발걸음이 더욱 뜸해질 거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무작정 자율포장대를 없애기보다 플라스틱 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 사용을 대안책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또, 대형마트만 겨냥할 게 아니라 온라인·모바일 마켓의 과도한 포장과 배달음식업체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우선 규제해야하지 않을까.
노끈조차 없이 종이상자만 남겨진 자율포장대가 외면받을 일은 불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