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협상할 시간이 아니라 결단할 시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이같이 말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석패율제'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23일 기준 여야가 올해 본회의를 열 수 있는 기회는 성탄절과 주말을 제외하면 단 일주일 남았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을 두고 범여권 협의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국경색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현재 석패율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는 제도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선거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원안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여성·청년·장애인 등 다양한 직능별 후보의 정치 입문 기회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오히려 정치 신인의 의회 진출을 막는다는 것이다.
석패율제는 또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중진 의원의 '부활용'으로 오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비율로 가장 아깝게 진 후보를 구제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이 중진 의원의 석패율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진짜 속내는 '표 분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본다.
군소 야당 입장에서 석패율제는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에 대한 '독식'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수 정당의 경우 험지 출마를 독려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정의당의 경우 석패율제 도입을 고려해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본적으로 석패율제 도입은 지역구의 '약체' 후보자에게 당선 기대감을 심어준다. 상대를 이기지 못해도 근접하게 따라붙으면 비례대표 후보자로 올라가고 의회 입성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석패율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 때마다 볼 수 있었던 '후보 단일화'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선 군소 정당 후보자가 완주하면 근소한 표차로 자유한국당에게 지역구를 뺏길 수도 있는 상황냐이다.
당초 민주당은 석패율제 찬성 기조였다.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권역별로 2명씩, 최대 12명에게 석패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13일 민주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의 잠정 합의안을 봐도 내용은 일부 수정했지만, 권역별 1명씩 최대 6명에게 석패율을 적용한다고 명시한다.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당 간 속내가 엇갈리면서 '4+1(민주당·바른미래·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추가 협상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향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공조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예산부수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과의 공조가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