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모계사회로서 여성 중심적 사회질서였던 시대가 있었다. 이러한 모계사회는 성씨(姓氏)의 출현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부족국가나 씨족국가가 확고해지려면 가계(家系)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아마도 씨족사회가 분명해지기 전에는 결혼제도도 사회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아버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이를 낳은 엄마 중심으로 가족이 이뤄졌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러다가 수렵 생활에서 농경사회로 정착이 되면서 명령계통의 정립이 필요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당위성은 그 부족을 대표하는 힘 있는 권한의 정점을 남자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후계자는 장자 위주의 질서가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슬슬 여자들은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았을 것이고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익숙한 모습으로 전개된 것이다. 그런데 남성 위주의 사회로 개편된 것까지는 그렇다 하겠는데 문제는 여성을 남자의 소유물이나 귀 속물로 본다는 데서 인간사의 모순을 느낀다. 인권이 발달한 서양에서도 지금까지도 여자들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른다.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닌 남자의 보호 아래 종속돼야 할 존재로 본 데서 연유한 전통이라는데 학자들은 의견을 같이하는 듯하다. 이는 기독교 사상에도 그 시원을 살펴볼 수가 있다. 하나님이 아담을 만들고 그 갈비뼈로 아내인 이브를 만들었으니 결혼한 여성을 당연히 남편의 귀속물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수 과정이 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인격의 독립성을 구가하는 서양 여성들이 결혼해서도 처녀 때 성을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소수인 것도 그러하다. 페미니즘을 구가하는 진보 여성들은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