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군소정당이 마지못해 집권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석패율제를 포기하는 대신 선거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합의와 관련 "주말에 집중 논의를 거쳐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합의안을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4+1 협의체'는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으로 유지하고, 석패율제를 도입하지 않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의석을 유지하는 대신 석패율을 적용하지 않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민주당은 현행대로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상한선(캡·cap)은 30석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하는 군소야권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민주당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민주당을 제외한 '3+1 협의체'는 같은 날 석패율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최종 추인했다.
손학규 바른미래 대표는 4개 야당 대표 회동 후 "오늘 중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 예산부수법안, 민생법안을 일괄 상정해 통과시키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다만 "장기화하고 있는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며 "자유한국당의 의회주의 파괴 행위와 민주당의 무책임한 버티기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경우 추인에 앞서 "6석의 작은 의석의 한계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3+1' 대표가 만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설득하고 합의해 마지막 결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심 대표가 말한 '마지막 결단'도 손 대표가 말한 내용과 같다.
심 대표는 다만 "선거제 개혁의 초심과 취지로부터 너무 멀리 왔고, 비례대표 의석을 1석도 늘리지 못하는 미흡한 안을 국민께 내놓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송구하기 그지없다"고 자책했다.
같은 날 조배숙 평화당 원내대표도 선거법 개정안 협상과 관련 "가진 사람이 더 무섭다고, 흡사 놀부가 가난뱅이를 등치는 격"이라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조 원내대표는 "연동형 의석에 캡을 씌우자는 민주당 주장에 3+1은 통크게 양보하고 대신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며 "손톱만큼의 손해도 볼 수 없다는 속내"라고 지적했다.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도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체면을 포기하고 끝까지 자기 이익만 고집하면 차라리 저희가 양보하겠다"며 "이 시간부로 과감히 석패율제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중진 의원 구제용이라며 석패율제를 반대하던 민주당이 지난주 석패율제에서 중진을 제외하자는 대안신당의 제의가 나오자 석패율제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을 바꿨다"며 "천금보다 무거워야 할 집권여당 한마디가 새털보다 가벼운 지금,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낀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