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조정 추이,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전망. /한국은행
국내 기업에 대한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기 부진,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예상부도확률 상승 등의 움직임에 비춰볼 때 향후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 기업 비중은 국내 신평사 기준 지난해 11.9%에서 올해 14%, 해외 신평사 기준 7.3%에서 17.9%로 상승했다.
이는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장비, 건설 등 업종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외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투자등급(AAA~BBB) 기업의 비중은 2016년 이후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신용평가 3사 기준 투자등급 기업 비중은 89.7%, 무디스와 S&P 등 해외 신용평가사 기준 94.9%다.
올해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등급 상하향조정배율은 하락했다. 지난해 1배에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0.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하향 조정빈도는 국내 신용평가사 평균 23.7개, 2단계 이상 하향 기준 5개로 과거 등급 하향 기간에 비해 높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3~2015년에는 평균 48.3개, 2단계 이상 하향 기준 13.2개였다.
한은은 경기 움직임과 등급 조정과의 관계, 최근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예상부도확률 상승 등에 비춰볼 때 향후 기업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경기 움직임과 등급 조정과의 관계를 보면 경기 둔화 또는 매출 부진 시기에 등급이 하락하고 부정적 전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보유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자난해부터 하락해 올해는 과거 등급 하락기 2013~2015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투기등급(BB등급 이하)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BBB등급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예상부도확률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A 이하 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신용등급 하락과 차입비용 증가 및 차환리스크. /한국은행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며 해당 기업의 차입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이 많았던 2013∼15년 기준)에 비우량물에 해당하는 A-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또 신용등급 하락은 시장의 신용경계감을 높여 채권 만기를 앞둔 기업의 상환, 차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실제로 등급 하향 빈도가 높았던 시기에 A~BBB등급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상환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 2013~2015년 중 등급 하락 기업의 58.5%는 다음 연도인 2014~2016년 중에 차입금 차환율이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업황 부진, 기업의 채무상환능력과 예상부도확률 등을 움직임을 보면 향후 신용등급의 하향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이 단기간 급락하거나 일부 기업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이 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A 이상 등급의 우량물 회사채 발행 비중이 높고, 금융투자업자의 투자대상 회사채 기준이 A등급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며 "외국과 같이 레버리지론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을 통해 구조화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