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여전채 발행잔액 및 비중, 해외자산. /한국은행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모펀드 투자 비중이 10년 새 2배 늘어나는 등 고위험 금융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익률 추구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시스템 취약성이 축적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스템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대비 위험액 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이 은행과 보험회사는 하락한 반면 증권회사와 투자펀드는 상승했다.
증권회사의 자산 대비 위험액 비율은 지난 2009년 말 2.5%에서 올해 6월 말 3.8%로 1.3%포인트 증가했다. 투자펀드는 상대적으로 위험선호 성향이 강한 사모펀드 비중이 34%에서 61.4%로 확대됐다.
증권회사의 레버리지비율도 지난 2009년 말 476.7%에서 올해 9월 말 813.4%로 상승했고, 투자펀드도 104.1%에서 114.5%로 올랐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체(여전체) 투자, 해외투자, 부동산·실물자산 등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회사채 및 여전체가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7년 말 11.8%에서 올해 10월 말 22%로 증가했다. 해외투자도 2009년 말 124조1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27조2000억원으로 324.9%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의 운용자산 대비 비중이 같은 기간 4.5%에서 9.8%로 상승했다.
특히 보험회사, 증권회사, 투자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해외자산 규모는 2009년 말 62조원에서 올해 9월 말 365조2000억원으로 489.3% 증가하며 전체 해외투자 증가를 주도했다.
대체투자가 전체 투자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 5.1%에서 올해 10월 말 33.9%로 확대됐다. 유형별로는 부동산펀드 비중이 2.2%에서 14.8%로, 특별자산펀드는 2.9%에서 13.5%로 상승했다. 부동산펀드와 유사한 부동산투자신탁(REITs)도 2007년 말 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46조6000억원으로 831.8% 증가했다.
증권회사 규모별 위험액, 공모·사모펀드 규모 및 성장률. /한국은행
한은은 국내 투자자의 일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증가와 금융기관의 위험선호 강화는 ▲신용·유동성·외환 리스크 등 제반 리스크 증대 ▲리스크의 과소평가 ▲금융기관 간 상호연계성 증대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자본적정성 등 복원력이 과거보다 개선돼 아직까지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증권회사와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수익률 추구 강화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은행 등 타 금융업권의 경우 수익률 추구 경향이 두드러지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향후 수익률 추구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시스템 취약성이 축적될 가능성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시스템 리스크의 과도한 축적을 억제하면서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균형 있는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상품 투자, 금융기관의 영업행태 등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