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사항. /한국은행
2020년 이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고 미·중 및 미·EU(유럽연합) 무역분쟁과 같은 무역갈등이 이어지는 등 세계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위험요소가 잠재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2020년 이후 글로벌경제 향방을 좌우할 주요 이슈 2'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의 주요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상시화 ▲미·중, 미·EU 간 무역갈등 재부각 가능성 ▲주요국의 정치적 이슈와 불확실성확대 가능성 ▲글로벌 매크로 레버리지 확대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경우 노딜(no deal) 가능성은 줄었으나 향후 EU와 영국 간 통상관계 협상 등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콩사태는 올해 9월 입법회 의원 선거 전후로 시위양상이 재차 과격해질 여지가 있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의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역갈등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의 경우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향후 협상 의제가 중국의 제도 및 경제구조와 연관되어 있어 양측이 추가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미·EU 간에는 디지털세·자동차 관세 등을 중심으로 무역갈등이 점차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대응해 연간 24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예비품목을 공개하는 등 미·EU 간 갈등 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미국의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여부가 미·EU 간 통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매크로 레버리지 및 주요국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 /한국은행
올해에는 국가별로 선거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가 예정돼 있어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선서는 올해 중 최대의 정치 이벤트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될 소지가 있다.
이달 치러지는 대만 선거와 인도 시민권법 개정도 지역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프랑스 연금개혁은 직종·직능간 이해상충, 노조의 정년연장 반대 등으로 단기간 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중에는 감소했으나 각국의 완화적 거시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다시 반등한 글로벌 레버리지도 주목할 만한 위험요인이다. 금융위기 이전 GDP(국내총생산) 대비 200% 내외 수준이던 글로벌 부채는 선진국은 정부부채를 중심으로, 신흥국은 기업부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 중 240%대 초반까지 확대됐다.
선진국의 정부부문 부채 증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부문의 부채를 흡수하며 부실 가능성 완화에 기여했으나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향후 경기둔화시 정책대응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
신흥국은 기업부채를 중심으로 총부채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외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초경제여건 취약국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금융불안과 기업부채 부실이 우려된다.
보고서는 "부채 증가는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 한편 과도한 부채는 오히려 대내 수요를 제약하고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는 경제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부채 관련 지표들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