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디지털관제센터에서 힘센엔진 운전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국내 전통 제조산업인 조선업이 5세대(5G)와 인공지능(AI) 등과 만나면서 최첨단 IT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최첨단 선박 '스마트십' 기술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각각 스마트십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해 난관을 돌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액화석유가스(LPG) 연료공급시스템 기본 승인을 받았다. 이 연료시스템은 엔진 압력, 온도 등 조건에 맞춰 LPG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선박 화물창과 기관실 가스시스템을 분리해 화물 운송 중에도 엔진 수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비 열교환기 2개를 줄이고 상갑판 LPG 연료탱크를 없애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한다고 현대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황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대기오염 방지 규칙'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에 대비해 이러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현장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KT와 '5G 기반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생산부서 직원들은 선박 건조 현장에 설치된 5G 키오스크에서 대용량 3D 설계 도면을 내려 받아 일을 하고 있다. 5G 키오스크는 수십분이 소요되던 대용량 3D 도면의 다운로드 시간을 5G를 이용해 수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해상에서도 끊김 없이 통신이 가능한 '해상 시운전 통신망'도 개선됐다.
최근에는 독자모델 엔진인 힘센엔진(HiMSEN)에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10% 이상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는 선박운전최적화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지능형 선박 기자재 관리 솔루션을 개발, 지금까지 45척분(엔진 170여기)을 수주했으며 이 가운데 10척분(엔진 40여기) 인도를 마쳤다고 소개했다.
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모형선박 '이지 고'가 스스로 주변 장애물을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고 있는 모습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시스템 에스베슬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주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에스베슬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ICT(정보통신)기술로 통합 관리해 선박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최적 운항(항로) 계획도 자동으로 수립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부터 수주한 모든 선박에 에스베슬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하반기 LNG 운반선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대전과 거제를 5G 통신으로 연결해 자율운항 선박 테스트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스마트십 기술 개발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현대 LNG해운과 스마트십 기술개발 협약을 맺은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중 '스마트 LNG운반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LNG운반선 운항 데이터를 수집, 육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 선박의 연료 효율성 극대화와 핵심 기자재 유지보수 시기 등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할 방침이다.
대우조선은 앞서 2018년 현대상선이 발주한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7척에도 스마트 솔루션을 적용했다. 해당 선박은 오는 2·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스마트십 기술 개발과 관련해 지난해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 상위등급 인증을 받았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현대상선과 협력해 스마트십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신공법 적용으로 경쟁력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운항의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십 개발을 통해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려 불황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