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로 점유율이 주저앉은 탁주 업계가 주세법 개정과 국세청 지원에 힘입어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탁주(막걸리)는 1972년 주정을 제외한 전체 주류 출고량의 81.4%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술이었다. 그러나 소주·맥주의 대중화, 수입 맥주의 성장, 음주 문화의 변화 등에 떠밀려 2018년에는 출고량 점유비가 11.1%로 크게 낮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를 봐도 탁주 소비 감소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탁주 및 약주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4만9547t으로 전년 대비 18.5%(1만1238t) 줄었다.
막걸리는 2000년대 후반 붐이 일어 성장을 거듭했다. 대학가 주점에서는 과일을 섞은 이른바 '막걸리 칵테일'이 유행하면서 제조 업체들도 갖가지 재료를 섞은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막걸리를 지난 2011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시장이 쪼그라든 게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관련 업계는 프리미엄화, 캐주얼화 전략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배상면주가는 쌀, 물, 효모로만 빚어내는 순수한 프리미엄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느린마을막걸리는 막걸리의 단맛을 내기 위해 쓰이는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쌀의 함량을 높인 프리미엄 막걸리다. 최근에는 '심술6'을 선보이면서 후르츠 라이스 와인 '심(心)술'의 제품군을 막걸리로까지 확장했다.
국순당의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식물성 유산균 발효 배양을 통해 개발한 프리미엄급 유산균 강화 막걸리다. 2018년 첫 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병 이상 판매량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제조업체들이 제품 프리미엄화와 대중화에 앞서는 한편 국세청도 탁주 재도약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양한 주종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주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고, 제조·유통기반이 취약한 우리술의 경쟁력과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정된 주세법은 종량세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가격 기준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였다면, 종량세는 주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기존 세율이 5%에 불과했던 탁주는 리터(ℓ)당 41.7원의 주세가 붙는다. 그러나 전통주에 사용되는 모든 용기와 포장대금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일반 탁주도 세금 부담 때문에 저가 원료를 사용할 일이 없어져 탁주의 고급화와 신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유서 깊은 양조장을 발굴하는 한편, 우리술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안내서와 리플릿 제작, 소개 책자 발간 등으로 다각적 홍보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품 홍보 부족, 유통능력의 한계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제조업체들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만찬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은 '송명섭 막걸리'는 전통주 제조 명인 송명섭 씨와 부인이 직접 재배한 쌀과 밀로 만든 누룩으로 빚은 술이다. 송 씨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8호이자 전북 무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된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 시점에서 주류 산업 주관 부서인 국세청 우리술 진흥을 위해서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젊은 층에서 막걸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2의 전성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