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4일 "현재 국내 보험산업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속성장의 온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보험회사는 수익성, 성장성, 자본에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의 수익성은 저금리로 약화되고 성장성마저 둔화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저금리가 준비금에 미친 영향이 장부가격에 가려졌지만 시가평가가 도입되면서 보험회사에 대한 자본투입 압박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산업의 수입(원수)보험료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사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은 5.95%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이 6%를 밑돈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안 원장은 최근 보험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과거 성장을 주도한 사업모형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사는 질보다는 외형 성장과 단기 목표에 몰두해 보험료에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판매규모를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며 "판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지 관리에는 소홀함으로써 소비자의 불신은 팽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품의 건전성보다 보험료 과다 여부에 주목한 금융 감독의 관행도 일조했다"며 "이런 상품의 유지관리가 잘 됐을 리 없고 소비자 불신은 필연이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불완전판매 비율은 생명보험의 경우 2011년 1.24%에서 2018년 0.26%로, 같은 기간 손해보험의 경우 0.41%에서 0.09%로 감소하고 있으나 완전판매를 보여주는 지표인 계약유지율은 2017년 기준 13회차 81.2%, 25회차 68.6%로 일본(94.3%, 88.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 건강한 보험생태계 재구축
안 원장은 이러한 관행을 개혁하기 위한 올해 보험연구원의 연구 슬로건으로 '건강한 보험생태계 재구축'을 제시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이 적시에 공급되고 소비자의 위험이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돼 보험회사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며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과도한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도록 보험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험연구원은 사업모형 혁신에 주목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바이러스 등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응한 민간 보험산업의 대응과 상품 및 채널 구조 개선과 관련해 디지털 혁신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기능 강화에 주목한 연구도 진행한다. 보험회사의 위험관리 강화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규제와 보험소비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예금보험제도를 점검하고, 영업행위와 관련된 소비자보호 연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보험연구원의 연구가 보험현장과 괴리되지 않도록 'CPC(Customer-Product-Channel) 연구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현장 중심의 연구를 위해 연구원들이 보험사를 직접 방문해 현장의 전문가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시장의 현안을 따라갈 수 있는 일종의 '현장을 찾아가는 서비스'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보험연구원은 한국 보험산업의 위상 제고와 보험연구원의 발전을 위해 글로벌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컨퍼런스, 학회 발표, 토론을 통해 연구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글로벌 세미나와 워크숍 개최를 통해 글로벌 외연을 확대할 예정이다.
안 원장은 "보험산업과 보험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관행은 보험회사, 보험감독, 보험소비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어서 부분적 개혁으로는 기존 관행을 고쳐 새로운 관행을 세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보험연구원은 수동적이고 무난한 유관기관에 그치지 않고 시장과 경영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정책 및 감독 결정을 뒷받침하고, 글로벌 시장의 기여도도 높이는 보험산업의 '싱크탱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