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무릎관절 수술을 앞뒀던 54세 여성 김 모씨는 지난 7일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열흘 전 태국에서 입국한 기록이 있으니 귀국 14일 이후로 수술을 미루겠다는 통보였다. 병원에선 14일이 지났어도 감기 증상이 있으면 입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지역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병원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중국 외 일본, 동남아시아 방문자들 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위험 국가 범위가 사실상 넓어진 탓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환자들의 해외 여행력 정보를 지난 5일 부터 중국 외 지역으로 확대했다.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위험 국가를 지정하고, 해당 국가들을 방문했거나 경유한 환자들을 걸러내고 있다.
◆동남아 방문자 '출입 금지'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발빠르게 자체 규정을 만들어 신종 코로나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주 이내 중국에 이어 태국, 싱가포르 방문자들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중국 외 동남아시아를 거친 후 입국한 사람들은 귀국 후 2주동안 원내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세브란스병원도 중국, 홍콩, 대만 등과 일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에서 입국한지 14일 이내인 환자들을 걸러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역시 중국과 동남아시아 입국자들의 방문을 제한하고, 원내 안심진료소를 먼저 거치도록 안내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주 부터 정부가 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을 중국 외 지역까지 확대하면서 병원들도 대응방침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히 지침이 내려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병원들이 알아서 위험 국가를 지정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계속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들이 이렇게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6일 부터 중국 외 환자들의 해외여행력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된 영향이 컸다. 정부가 중국 외에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다른 지역에 대한 '여행력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기관들은 수진자자격조회 시스템, 의약품안심서비스(DUR)와 해외여행력정보제공프로그램(ITS) 등을 통해 환자들의 중국은 물론 제 3국의 해외 방문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환자들은 예약 단계에서 부터 걸러진다. 해당 국가 방문자들이 기존에 예약해놓은 진료와 입원, 수술은 모두 입국 14일 이후로 연기된다.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엔 선별 진료소에서 먼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예약 단계에서 환자가 자산의 등록 번호를 입력하면 해외 여행 정보가 팝업창으로 보여진다"며 "원무과는 감염관리실에 이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 진료과에 통보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동네의원, 환자와 잦은 실랑이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들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1차, 2차 병원들은 예약없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환자 정보를 먼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 분야가 정형외과나 치과, 신경정신과 같은 경우에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의 발열이나 호흡기 질환 여부를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예약없이 병원을 찾은 감기증상 환자를 돌려보내느라 실랑이도 종종 벌어진다. 중국인 근로자들의 밀집 지역에 있는 의원들은 최근 잦은 충돌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구로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는 "기침이 심하고 중국 방문 이력도 있는 중국인 환자에 선별 진료소를 먼저 찾을 것을 권하다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며 "의사 입장에서 아픈 환자를 치료없이 돌려보는 일도 도의상 쉽지 않은데,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 확진자 발생 이후 폐쇄조치 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으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