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상생 경영에 속도를 내며 위기에 빠진 협력회사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공장에 휴업 초지를 내렸지만 이같은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협력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1조원대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서는 등 자동차 생태계 파괴를 막기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삼성도 조업 중단과 부품 조달 등으로 위기에 빠진 협력회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2조 6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은 현지 정부 정책에 따라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삼성 협력사 상생 경영 속도
중국 현지 생산으로 자재와 부품을 공급받는 국내 제조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기계, 전자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상생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7일부터 울산·아산 등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기아차도 오는 10일부터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중국 지방정부가 춘절 연휴를 오는 9일까지 연장하면서 한국 부품사의 중국공장으로부터 의존하던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동이 났다. 공장 재가동 시점은 사실상 중국 결정에 달렸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국내 자동차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350여개 부품 협력사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그룹도 매출 타격이 불가피 하지만, 현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회생 불능 사태까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우리도 힘들지만 협력업체부터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삼성도 9일 조업 중단, 부품 조달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협력회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선다. 자금 지원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등이다. 삼성은 상생펀드와 물대지원펀드 등 상생 프로그램과 연계해 1조원의 운영자금을 무이자·저금리로 대출 지원하고, 1조6000억원 규모의 2월 물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협력회사가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 물류 비용을 실비로 지원한다.
협력회사가 부품 조달을 위해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경우에는 부품 승인 시간과 절차를 단축하고, 이를 위한 컨설팅도 지원한다. 또 중국 진출 협력회사에는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등도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또 협력회사의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협력회사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삼성 측은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협력회사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라인./뉴시스
◆SK·LG 공장 가동 준비…"중국 정책에 따라 대응"
중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10일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지방 정부 지침이 달라 각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과 둥관 모듈 공장 가동률을 평시보다 낮춘 상태로 운영해왔다. 춘제 기간 최소인력으로 공장을 돌리던 중 연휴가 연장되면서 일부 라인 가동을 멈춘 것이다.
옌타이와 난징 지역 모듈 공장 가동을 중단해온 LG디스플레이도 "10일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며 "복귀 인력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가동률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제 기간 가동 중이던 광저우 LCD 공장 인력도 평시처럼 운영하고, 최소 인력으로 진행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준비도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과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 배터리 공장도 10일 가동을 재개한다.
다만 중국 최대 명절 춘제 연휴 이후 복귀하는 인력이 제한될 수 있어 가동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일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격리 인원이 발생할 경우 공장 운영에 필요한 가용인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삼성 이 외에도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회사 지원을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