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손님도 줄었어요. 가뜩이나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에 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졸업, 입학식을 취소하고 개강까지 연기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 졸업·입학식도 취소…물건너간 외식업계 '특수'
10일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졸업식, 입학식이 있는 2월은 전통적으로 외식업계가 특수를 누리는 시기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상황으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건국대·경희대·광운대·광주가톨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한국성서대 등 9곳이 3월 초로 예정됐던 개강을 1주일 연기했다.
졸업식, 입학식은 대부분의 대학이 취소했다. 서강대, 건국대는 졸업식과 입학식을 모두 취소했고 성균관대와 이화여대는 각각 입학식과 졸업식을 취소했다. 포항공대와 중앙대는 각각 7월, 9월에 통합 졸업식을 진행한다.
초·중·고교는 졸업식을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하거나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신종 코로나 발생하고 나서 식당 방문하는 고객이 많이 줄었다"며 "졸업식, 입학식은 외식업계에서 '대목'이나 다름없는 시기인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오피스 등 생활 상권 매장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 여러 잔을 테이크 아웃해 가져가는 경우가 늘었다"며 "관광지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고객이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 84.3%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시기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6월 한 달간 매출 평균 감소 폭은 34.3%나 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공항이나 역사, 외국인들이 많은 명동의 경우 내국인 손님 모으기가 되지 않다 보니 매출이 감소했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영업자는 물론 외식기업에도 큰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주말 내내 '방콕'…백화점·마트 매출 '뚝뚝'
현대백화점은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전 지점 평균 10%대 매출이 줄었다. 압구정점은 전년 동기보다 8~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주말(8일~9일) 매출이 전년 대비 12.4% 줄었다.
롯데백화점은 전 지점 평균 20% 매출이 떨어졌다. 특히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3일간 임시 휴업을 해 30%가량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경우 대략 6~7% 하락했는데, 생필품 구매 고객의 영향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매출이 떨어졌지만 잠실 에비뉴엘점은 매출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지방은 광주점의 매출이 떨어졌으나 포항, 울산 쪽은 상황이 좋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10일 모두 임시 휴점하고 집중 방역을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서울 명동 본점을 제외한 전국 매장의 영업을 하루 쉬었다. 전문 방역업체 직원들이 백화점 출입문, 엘리베이터, 문화센터 등 시설 내부를 소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전국 점포의 셔터를 내리고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화장실 등 고객이 오가는 동선과 매장 내부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미아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포를 닫고 초미립자 살균제를 살포하는 등 특별 방역을 시행했다..
◆신종 코로나로 외출 자제…교통사고도 줄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로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줄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도 사람이 많은 곳의 방문을 줄이고 집에서 머무는 '방콕' 생활이 늘어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중에 삼성화재· 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 등 빅5 손해보험사로 접수된 교통사고 건수는 총 2만23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설 연휴 직전 주말인 1월 18~19일 2만9771건과 비교해볼 때 24.8% 줄어든 수치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 감소는 여타 변수에 특이한 변동사항이 없었다고 가정할 때 우리 국민의 외출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주말은 대다수 직장인이 출퇴근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외출 수요 감소를 판단하기에 좋다.
◆ 메르스 때 보다 유통업계 실적 영향 클 듯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유통업계 실적 감소가 지난 메르스 때 보다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면세점 매출이 2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전 분기 대비로는 50% 각각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호텔신라 면세점은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서울과 제주 면세점 모두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과 비교해볼 때,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p 이상 상승했으며, 입국자 감소 폭은 더 큰 상황"이라며 "중국 입국자와 면세점 매출 감소 폭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 이상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항공기 노선 재개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적 부진은 더 길어질 수 있다"며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마트가 잇따라 영업을 중단하고 외국인, 내국인 방문객 모두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때보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력이 더 높고 규제도 엄격하므로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