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하며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농심은 유튜브 채널에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레시피로 90년대부터 군 장병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음식이었다.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짜파구리가 세계 각지에서 영화 기생충이 개봉할 때마다 현지 요리 사이트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짜파구리를 먹어본 세계인들은 "달짝지근하고 중독성이 있어 단숨에 다 먹어 치웠다", "소고기를 넣지 않았는데도 꽤 맛있었다"며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짜파구리' 검색량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화면 갈무리
국내에서는 영화 기생충이 개봉될 당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트렌드에서 짜파구리 검색량이 급상승했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석권한 10일에는 최다 검색량 지수(100)를 달성했다.
농심은 기생충 개봉을 기념해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나눠주며 짜파구리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기생충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짜파구리를 알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한때 드라마의 인기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치맥'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은 식품 한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각국의 거래처와 소비자들로부터 짜파구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짜파구리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농심, '기생충' 수혜 입고 美 라면시장도 석권하나
미국 라면시장이 국내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농심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혜를 입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심은 1971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1994년부터는 법인을 설립해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신라면, 너구리 등이 한인사회에서 먼저 히트를 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고,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 1, 2위는 일본의 동양수산(46%)과 일청식품(30%)이다. 10년 전만 해도 2%대에 불과했던 농심의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15%까지 상승하며 미국 3대라면 제조사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일본 기업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심은 미국 제2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미국 신공장 부지는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로나(Corona)로,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기존 공장 3배 규모인 약 154,000㎡(4만6500평) 부지 내에 지어질 계획이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2억 달러(한화 약 2416억 원)로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속도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시장인 만큼, 미주 시장 성장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 미국 제2공장은 오는 2021년 말 가동에 들어간다. 농심은 공장가동이 본격화되면 2025년까지 미주지역에서 현재의 2배가 넘는 6억 달러(한화 약 7100억 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은 미국에서 판매 지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고 최근 댈러스 영업 사무소를 개설했다"며 "미국 시장에서 농심 라면 브랜드가 일본 업체 수요를 잠식하며 성장했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농심이 미국에 진출해 있고 영화 '기생충' 흥행으로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기회가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