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이 본입찰을 앞두고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 경험이 있는 MBK파트너스가 이번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부분을 강화해야 하는 KB금융으로써 푸르덴셜생명이 매력적인 매물이다. KB금융의 걸림돌은 가격이지만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할 당시 체결한 경업금지 조항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KB금융이 우위에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의 본입찰은 오는 3월 19일로 정해졌다. 인수전은 KB금융과 MBK파트너스의 양자 대결 구도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앞서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서 KB금융을 비롯해 국내 상위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오렌지라이프 매각으로 2조원의 차익을 남긴 MBK파트너스가 매각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월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제2의 오렌지라이프 매각 성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라는 점이 약점이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등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먹튀(먹고 튀는)' 이미지가 강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고용 유지를 약속하고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1년도 안 돼 임원 절반을 해고하고 전체 인원의 2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이후 회사를 상장시키고 2018년 신한금융에 팔아 5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오렌지라이프 매각 당시 체결한 겸업금지 조항도 걸림돌이다. 2년간 겸업금지(경쟁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 약정을 맺은 것. 2년간 오렌지라이프와 동종업종인 보험사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겸업금지 조항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 9월부터다.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고 싶어도 인수대금을 내고 거래를 종결하는 시기가 경업금지 기간이 끝난 9월 이후여야 한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해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지주의 롯데카드 매각 사례를 보면 우선협상 단계에서 바뀔 수도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로 정했었다. 그러나 한상원 대표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차질이 예상되자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로 교체했다.
결국 롯데지주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금융당국이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이 MBK파트너스에 매각될 경우 고용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내부도 KB금융으로의 매각을 원하는 분위기다.
오렌지라이프 사례를 보면 고용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하면 푸르덴셜생명은 팔려도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있어 KB금융과 MBK파트너스 중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KB금융이 가격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인수자로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