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군살 빼기에 나선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 철강석 수입가격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전기로를 고집한 동국제강만 고가 제품을 집중 생산하며 수익선 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업계가 체질개선에 나선다.
◆체질개선 나선 포스코·현대제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석 수입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은 높아진 반면 조선과 자동차 업계 불황으로 제품가격 인상에 실패하며 위기에 빠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64조3668억원, 영업이익 3조86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9%, 영업이익은 30%나 급감했다. 현대제철의 실적은 더욱 부진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액 20조 5126억원, 영업이익 33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 67.7% 급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실적 개선을 위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일반 경비 30% 절감에 나서는 등 '코스트 이노베이션 2020'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절감 측면을 넘어 구조적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말 만 53세 이상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회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100여명의 인원이 퇴직했다. 올해는 비핵심 사업 부문 매각에 속도를 높이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각 부문에 신설했다. 자동차 관련 사업 역량 강화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철강사업경쟁력강화TF', 해외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글로벌전략TF'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전기로를 사용하는 동국제강은 지난해 원가 부담 감소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기로는 철광석 대신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국내 고철 가격은 2018년 t당 39만원에서 지난해 33만원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냉장고·TV 등 고급 가전제품에 쓰는 컬러 강판 국내 시장점유율 1위(30%)인 동국제강은 컬러 강판의 기술 경쟁력 향상과 함께 고가 제품의 생산·판매를 증가시켰다. 컬러 강판이 냉연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40%에서 지난해 45%까지 늘어났다. 특히 컬러 강판 중에서도 3중 코팅 등 고급 제품 판매 비율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조선·車 불황 수익 개선 쉽지않아
철강 업계가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수익성 개선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업계의 수익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강판과 후판 가격 인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광석 가격은 지난 2018년 12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t당 12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금씩 내렸지만 지금도 t당 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료 가격은 급등했지만, 자동차·조선업체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철강 제품 가격은 거의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인상에 따른 가격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업황이 녹록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수요 위축으로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자 자동차·조선어체들이 가격 방어에 나서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높아진 원가를 제품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올해는 제품 가격에 원가를 반영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철광석 가격 인하 분위기와 관련해"가격 인상 시점에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철강사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제기해왔던 명분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