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지역감염으로 확산하며 분위기가 달라진 것.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리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1.0%를 기록하게 된다. 한은으로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7일 한은은 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코로나19가 지역감염으로 확산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00%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1.00%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전염병이 확산될 때마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금통위는 2003년 5월 사스 사태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를 4.25%에서 4.0%로 내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던 2015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할지, 지속 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동결 기조는 강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금리인하론으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기업 체감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앞선 사례들처럼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해외 출장 일정을 당초 예상보다 하루 앞당겨 귀국해 '코로나19 관련 긴급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이 총재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 급증과 위기경보의 '심각' 단계 격상에 따른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점검하고, 한은 업무지속계획의 세부실행방안을 차질없이 시행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정부와의 '정책공조' 차원에서라도 한은이 이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밝힌 데 이어 24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면서 "비상한 경제 시국으로 특단의 처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4일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이번 금리인하 이후에도 0.75%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지난해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1600조원을 돌파했다. 자칫 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빚 증가세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하가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 한은이 감염병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이르면 4월, 늦으면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는 금리인하 소수 의견이 더 늘어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금통위에서는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가 강화됐지만 과거 감염병 사례를 고려하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평가하기 이르다"며 "그만큼 한은이 금리인하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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