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리인하론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으나 한국은행은 '동결'을 선택했다. 일단은 금리를 동결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 여파를 지켜본 후에 통화정책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리면 사상 첫 1.00% 시대가 열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4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으로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는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1.25% 동결…금리인하에 신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악화가 우려되자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동결 기조는 강해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2∼18일 채권 관련 종사자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2월 동결을 예상한 응답자가 81%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금리인하론으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기업 체감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전염병이 확산될 때마다 금리를 내렸다. 금통위는 2003년 5월 사스 사태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를 4.25%에서 4.0%로 내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던 2015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한은이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금통위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금융안정 택했다…실효하한도 고려
한은이 금리동결을 택한 것은 금융안정, 실효하한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은 금리 결정에 있어 주요 요인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가격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1600조원을 돌파했다.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가계빚 증가세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다다른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효하한이란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최저금리를 말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1.25%로 역대 최저다. 그동안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에 여력이 있다고 언급해왔지만 실효하한을 고려하면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은 1~2차례에 불과하다.
만약 이번에 금리인하를 결정했다면 금리를 꼭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여력을 남겨놓기 위해서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이다.
◆금리인하 압박 커질 듯…4월 대세론↑
한은 금통위가 이번에는 동결을 결정했지만 금리인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2월 경제지표는 3월에 발표된다. 결국 한은은 올 1분기 경기지표를 확인하고 반등 수준까지 지켜본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분기, 빠르면 4월 중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췄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강력한 금리인하 시그널로 꼽힌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지를 더 엄밀히 살펴보며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물론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금리 조정의 효과와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기준금리 1.25%를 0%까지 인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작년 7,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으로 원활히 파급돼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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