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됐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봄은 사라졌다.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 모임 제한 등 전례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에 갇힌 사람들 사이에 '하루하루가 신천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완전히 뒤바뀐 대한민국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코로나보다 두려운 '집콕'
예정대로라면 모든 학교가 새로운 시작을 맞는 3월이지만 방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개학의 추가 연기 여부다. 대구지역이 먼저 개학을 오는 23일 까지 2주간 추가 연기를 결정하면서, 다른 지역들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서다. 전례없는 사태에 학부모들은 패닉 상태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둔 엄모씨(46세)는 "봄이 시작됐는데 혈기왕성한 남자 아이 둘과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게 코로나보다 더 공포스럽다"며 "다음 주는 한강 공원 같이 사람을 가까이 마주치지 않을 야외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국에 집밥 삼시세끼를 차려내는 것도 큰 일이다. 식재료를 사러 나가기는 두럽고, 온라인 마켓에도 사람들이 몰리며 주문이 쉽지 않은 탓이다.
성남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양모씨(43세)는 "배달음식, 외식이 사라지니 음식과 간식을 냉장고 가득 채워놓아도 이틀이면 동이난다"며 "온라인 마켓 배송은 3일을 기다려야해서 매일매일 사재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김모씨(42세)는 "온라인 마켓에서 밤 12시에 수량이 풀리기 때문에 새벽마다 필요한 물건을 급하게 주문하는게 일상"이라며 "밤에 잠을 푹 못자서 하루가 너무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개학이 미뤄지면 수업 진도와 시험이 미뤄지고, 입시 일정 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에 거주하는 이모씨(51세)는 "방학이 길어지면서 아이는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안한 상태인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스스로 노력을 한다해도 그동안 쌓아온 생활 리듬과 패턴이 흐트러질까, 이번 학년만 괜한 피해를 볼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들은 강의를 지속하면서 부모들의 고민은 더 커졌다.
이 씨는 "학원은 계속 열려있으니 가고 안가고는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며 "아이는 친구들을 따라간다고 아우성인데, 안 보내자니 뒤쳐질까 불안하고, 보내자니 감염될까 불안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 일주일 지나보니
코로나19 감염 공포 속에 출근을 계속 해야하는 직장인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주부터 상당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결정하면서, 출근자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건설사에 근무하는 고모씨(40세)는 "회사에서 연차만 권장하고 있지만, 연말 가족들과 계획은 여행을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며 "출근길에 라텍스 장갑까지 끼고 한가한 지하철에 오르면 이렇게 까지 살아야하나 하는 마음에 퇴사욕구가 울컥 올라온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직장인들도 모두 행복한 것 만은 아니다. 특히 아이를 둔 직장인들은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국게 물류업체에 다니는 이모씨(45세)는 "회사에서 지난주 부터 임원, 부서장급 이하 직원들에 재택근무를 권고했지만 한주간 견딘 직원들이 이번주 부턴 회사를 나가겠다고 아우성"이라며 "아이들 때문에 힘든 아내 눈치가 보이고, 특히 흡연자들은 흡연이 자유롭지 않으니 갑갑함이 크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때문에 재택근무도 어려운 여성 직원들은 '가족돌봄휴가'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경우, 한명당 하루 5만원씩 최대 5일 동안 부부 합산 5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홍보대행사에 근무 중인 김모씨(38세)는 "육아 도우미가 있어도 엄마만 찾는 아이들 때문에 지난 한주간 집에서 근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차라리 아이 개학이 연기된 시점까지 가족돌봄휴가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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