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난리통'의 원인이 코로나인지, 아니면 마스크인지.
시작은 분명 KF94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로 전염이 되기 때문에 면 마스크보다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가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때가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지난 달 18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짓말처럼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중엔 마스크가 없었다. 국내 재고 수천만장이 이미 중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이 두달 만에 200배나 늘었다. 정부가 알지 못했을리 없다.
마스크 대란은 뻔한 결과였다.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일일 1000만장, 주당 7000만장이다. 이 중 공적 물량으로 80%(5600만장)가 공급된다면, 5200만명 국민의 몫은 고작 일주일 한장 꼴이다.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를 주당 2장씩 배급하는 '마스크 5부제'를 맞추기도 사실상 빠듯한 수량이다.
도무지 방법이 없자 정부가 말을 바꿨다.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한시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애매한 대책을 내놨다. 여당 대표는 보건용 마스크를 3일간 재사용할 수 있다 했고, 국무총리는 아예 면 마스크를 쓰자고 독려했다. 급기야 사람 간 거리를 지키고 손을 잘 씻는다면 마스크는 안써도 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국민들에겐 그저 '아무말 대잔치'다.
난리통의 책임은 애먼 약국이 지고 있다. 마스크를 사지 못한 노인은 "약국 무너져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고객이 무서워 마스크도 못쓰고 일하던 약사는 "사람들이 점점 좀비같이 변해간다"고 했다. 누구의 잘못도 없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일 뿐이다. 국민들은 귀를 닫았다. 서로를 위해 내몫을 양보하고, 해외직구로 중국에서 마스크를 산다. 촛불을 들었던 민심은 마스크에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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