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간 '기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0여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하자 국내 산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특히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까지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제 유가는 24% 이상 급감하며 배럴당 30달러대를 겨우 유지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문제는 이번 국제 유가 하락이 2015년 촉발된 산유국과 미국의 치킨게임으로 배럴당 100달러 하던 국제유가가 30달러로 떨어져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시 수요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공급 과잉이 불거졌던것과 달리 현재 상태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정유 업계는 수요위축으로 지난해 말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유 판매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당장 유가 하락에 따른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는데 유가가 단기간 급락하면 비싸게 구매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면서 특별한 상황이다"며 "수요가 감소하면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정유사에는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가 하락은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원유 레깅효과(원유 구매시기와 석유제품 판매시기 사이의 유가 변동에 따른 마진 등락효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이같은 실적 악화는 유가 하락이 장기화 될 경우에 화학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제품 수요에 영향을 받는 곳도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길 희망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국제 유가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 붕괴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 경기 악화가 겹치면 산업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기름값이 내려가면 연비 경쟁력을 앞세운 현대·기아차는 물론 일본차도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매출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해운·항공업계는 유가 흐름보다 코로나19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반일감정에 수요가 급감한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가 인하에 따른 긍정적인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사 대부분 국제선은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80%를 비운항하고 있으며 항공기도 거의 100대 이상을 주기하고 있는 상태다.
항공업계는 이용객이 확보된 상태에서 고정비용이 감소하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가 묶인 상태에서 유가 하락은 긍정적·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도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물동량이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현대상선의 경우 올해 2월 중국발 물동량이 전년 동기대비 50% 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춘절 이후 물동량이 급격이 증가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정상가동 되지 않아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다.
유가 하락은 유류비 부담을 감소시키지만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에 유류비 비중이 회사별로 15%에서 30%가량 차지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다만 유가 하락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양성운·김수지 기자 ysw@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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