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테러,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중단 등에 의한 기업의 휴지(조업중단)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의 보장공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휴지손해에 대한 보장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휴지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인식 제고, 정부의 보험시장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15일 발표한 '기업의 조업중단리스크 보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휴지손해보험 계약건수는 145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해보험 내 기업성보험 계약건수가 약 440만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기업휴지보험이란 조업 중단에 따른 고정비 지출과 상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보험을 말한다. 손해보험사는 사업장 내 물적 손해로 인해 발생한 기업휴지손해를 담보하는 보험을 화재·기계보험의 특약 또는 재산종합보험의 형태로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화재보험 계약건수 대비 기업휴지손해담보 계약건수 비율은 0.43%, 재산종합보험 재물손해담보 계약건수 대비 기업휴지손해담보 계약건수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사업장 내 화재로 인한 기업휴지 가능성이 높고 공장, 상업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건수가 지난해 기준 1만4574건으로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휴지리스크 노출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을 통해 물적 손해는 회복하더라도 기업휴지에 따른 고정비지출이나 수익상실에 대해서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염병이나 무역제재 등으로 인해 공급망이 중단되거나 사업장이 강제 폐쇄돼 조업이 중단된 경우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은 아직까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기업은 사업장 내 물적 손해에 대비한 최소한의 보험에 가입하고, 물적 손해로 인한 기업휴지손해 또는 물적 손해를 동반하지 않은 기업휴지손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휴지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보험회사 입장에서 통계에 기반한 보험료 산출은 물론 규모의 경제 실현이 곤란하다는 데 있다. 보험상품이 만들어지려면 동질의 위험집단이 구성돼야 하는데 계약별로 위험요인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상품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휴지손해를 보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기업과 정부의 인식도 낮다. 지난해 실시한 기업보험 수요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대다수는 조업 중단 위험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응답 기업의 11.3%만 휴지위험을 보험이나 공제로 관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답했다.
보험료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손보사는 위험평가, 인수심사 역량 미흡으로 인해 다양한 상품공급에 소극적이고 기업 입장에서 판단할 때 위험 대비 높은 보험료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
반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은 기업보험에 기업휴지담보가 기본 담보로 제공돼 가입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책성보험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물적 손해와 기업휴지손해를 보장한다.
9·11테러 당시 기업에 지급된 피해 지원·보상금 약 233억 달러(2004년 기준) 중 기업이 가입한 보험에서 지급된 금액이 전체의 73%(27%는 정부 보조금)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손해액이 급증하자 기업보험에 테러면책조항을 추가하며 손해율 관리에 나섰는데 미국 정부는 테러담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손실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연방정부가 보험사의 위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험시장에 적극 개입해 보장 공백을 최소화했다.
보험연구원은 기업휴지리스크에 대한 보장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휴지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인식제고와 함께 정부차원의 가입유도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무역분쟁 등의 사태로 기업의 조업중단리스크 노출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휴지리스크는 기업의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제재, 테러, 감염병 등 시장실패 가능성이 높은 대형재해로 인한 기업휴지손해에 대해서는 민간보험에서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보험시장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상품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기업휴지보험에 대한 전문가 양성을 통해 보험회사의 위험평가, 인수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휴지보험 특약이나 가입한도 등을 다양화한 상품개발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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