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이나 대주주 주식 담보 등 자구안이 전제조건
정부가 항공산업에 1조~2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항공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 다만 회사의 채권발행이나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이어서 실제 자금이 투입될 지는 불확실하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항공산업에 최대 2조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공개서한을 통해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 등과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논의한 후 결론이 정해지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 등 2조 지원…자구노력 선행돼야
지원 대상은 저비용 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도 포함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아시아나항공 1분기 영업손실은 898억원, 매출액은 1조6826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2억원, 매출액 1조7232억원과 비교해 140%가량 실적이 감소한 수준이다. 대형 항공사까지 영업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약 476달러(60조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점유하고 있다. 협회는 항공산업이 무너질 경우 국내총생산은 11조원 감소하고, 일자리는 16만개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100조원+알파(α)와는 별도로 다른 국가에서 내놓은 대책을 분석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프로그램으로 항공산업을 지원할 경우 지원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미국은 현재 약 2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원 법안 중 기업에 대한 대출, 대출보증에 5000억달러(618조원)를 배정하고, 항공사와 같은 특정산업에 대한 대출에 460억달러(57조원)를 지원한다. 다만 수혜기업은 정부의 지원 기간 이후 1년까지 자사주 매입과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지급이 금지되고, 현재의 90% 이상으로 근로자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지원 시 강력한 조건과 자구 노력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과거 기업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대기업에는 자구 노력을 요구해 왔다"며 "대기업은 우선 거래은행과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고 안될 경우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주식 내놓으며 자금지원 받을 지 미지수
그러나 항공사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자구노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항공업계 문제가 먼저 불거졌을 뿐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기업이 부도나거나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원칙"이라며 "항공업계도 채권 발행을 하고, 그게 안 된다면 주식을 내놓는 등 대주주가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급격히 경색된 상황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항공업의 경우 여객수요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자체 신용만으로는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4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8770억원이다. 4월 2400억원, 8월 1850억원, 9월 3470억원, 10월 350억원, 11월에 7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당장 이달 갚아야 하는 2400억원은 지난 2월 발행한 1600억원의 차환발행과 지난달 말 확보한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이후 돌아오는 회사채는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갚아야 하는 1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올해 말 450억원의 회사채 상환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국제선의 90%가 막힌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사실상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가 주식을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두산중공업도 두산그룹 오너 3·4·5세가 보유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등 오너 일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 1조원 수혈이 가능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이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정상화를 위해 지원한 한도대출이 있어 시급할 정도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을 것"이라며 "당장 LCC측이 시급한 것으로 알고 있어 대출 심사와 집행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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