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신용등급에, 예외사항도 많아
#. 창업한지 1년이 막 넘은 자영업자 A씨는 이달 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직접 대출을 받으려했지만 나이스신용평가에서 2등급이 나와 자금지원을 신청하지 못했다. 이후 1~3등급이 가능한 시중은행을 찾은 A씨, 자체신용등급으로 5등급이 나와 대출이 안 된다는 말에 마지막으로 기업은행을 찾았지만 지난해 신용보증재단서 초저금리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A씨는 "뉴스를 보면 지원한다는 말은 많은데 정작 피부로 와닿는 지원은 없다"며 "이런저런 조건을 모두 따지는 대출이 긴급자금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전 금융권으로 창구를 넓혔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초 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자금지원 채널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시중은행, 기업은행으로 확대했다. 시중은행은 1~3등급 차주를 대상으로 3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기업은행은 1~6등급 차주를 대상으로 5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1등급도 높은 은행 문턱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한 이차보전대출 금액은 모두 1259억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380억원, 우리은행 166억원, 국민은행 160억원, 하나은행 53억원이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에서만 1일 평균 410억원의 자금이 지원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중은행은 자체 등급을 이용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한 나이스신용평가 등급으로 대출을 집행하려면 전산시스템을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별 자체등급은 거래실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거래 은행일 수록 높게 나올 수 있다"며 "나이스신용평가에서 6등급이 나오더라도 은행 자체등급으로 3등급이 나와 대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나이스신용평가에선 1등급이 나오더라도 은행 자체등급으로 4등급이 나와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중은행이 제각각 자체 등급을 이용하면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대출신청을 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소상공인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1년 4개월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나이스신용등급이 1등급이어서 당연히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명의로 신용카드를 쓰고 주거래은행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통장만 만들어 사용했더니 은행자체 등급이 최하로 나와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대출받으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이에 따라 시중은행을 모두 돌며 등급을 확인하는 경우도 적잖다. 자영업자 B씨는 "집에서 가까운 OO은행을 찾았는데 등급이 4등급이라 안된다고 했다"며 "은행마다 등급이 다를 수 있다는 말에 해당되는 은행이 있을지 몰라 그날 장사는 미루고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 폭이 넓은 기업은행은 영업점을 도는 경우가 파다하다. 영업점마다 초저금리 대출을 신청하려는 대기인원이 달라 신청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영업점마다 상담부터 신청까지 2시간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신청량에 따라 대출 처리속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기자수가 적은 곳으로 가서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제한이 없는 소진공 직접대출은 지역을 옮기며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소상공인 카페엔 지역을 옮겨 대출에 성공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서울 경기권은 온라인 예약이 힘들어서 엊그제 월요일 강원도권으로 온라인예약을 했다"며 "당장 필요한 자금 구할 생각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서류만 챙겨 찾아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소상공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금 집행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시중은행의 경우 심사신청을 한 후 보증재단에서 보증이 나와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7∼10일가량 걸린다. 기업은행의 경우 영업점에 따라 최대 2~3주 소요된다.
더구나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간 예외사항도 적잖은 상황이어서 소상공인의 부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현재 기업은행의 경우 기존에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받은 초저금리 대출이 있거나 햇살론 대출이 있는 경우 대출이 불가하다. 또 영업한지 6개월 미만인 경우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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